2011. 7.29.쇠날. 소나기

조회 수 1228 추천 수 0 2011.08.03 23:52:07

 

 

하룻밤을 묵은 주욱샘과 준샘은

느지막한 해장을 하고 떠났습니다.

첫 일정에 손을 보태주십사 하는 부탁에

준샘은 낼 당장 다시 와야 하게 됐네요.

기꺼이 그리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이면 올 여름 계자 첫 일정을 위한 미리모임.

계자를 위해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올 테지요.

사람들이 오기 전 맞이를 위한 준비가 오늘은 마무리 되어야 합니다.

오가는 이들이 바통을 넘기며 계자 준비주간을 보냈네요.

새끼일꾼 연규에서 논두렁 최영미님으로

그리고 오늘 세아샘과 세훈샘으로.

최영미님은 어쩜 그리 적절하게 나타나셔서 이곳을 또 채우셨던가요.

묵혀놓았던 아이들 뒷간도 쓸 채비를 하고, 부엌곳간을 정리하고,

고추장집 불 피우고, 간장집 불도 때서 밥바라지분들이 묵을 수 있도록 습을 빼고...

류옥하다 없는 빈자리를 철우샘이 또 메워

자잘한 일들을 챙겨가고 있답니다.

 

지난 봄학기에 있었던 이동학교프로그램의 한 어머니가

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고맙다는 인사였고, 미안하다는 마음이었으며, 잘 지내시라는 축원이었네요.

고맙습니다.

다녀가는 것으로 금새 잊히기 쉬울 것을

챙겨 인사하는 마음에서 또 배웁니다.

 

오늘은 날밤을 새지 싶습니다.

철우샘이 교무행정 일을 덜어주진 못하더라도

교무실 야간작업으로 켜둔 등을 늦도록 책방에서 보조맞춰주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곳곳에 비가 많아 처음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의 걱정이 줄을 잇습니다.

아무래도 홈페이지에 글 하나 실어놓아야겠다 싶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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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계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님들께.

 

저녁답에 각 가정마다 일일이 전화를 드릴 것이나

더러더러 오는 전화도 있고 멀리서 걱정 많으시겠길래

서둘러 몇 자 드립니다.

 

비 많았지요.

젊은 목숨들을 속절없이 보냈다는 소식이 이 산골까지 닿기도 하였습니다.

‘무식한 울 어머니’,

하늘이 하는 일을 뭐라 그러면 안 된다시데요.

그럼요, 그럼요.

문제는, 우리들에게 일어났던 일련의 재앙들이

많은 경우 사람이 한 일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에

깊이 감사합니다.

사람이 참 그렇습니다.

자주 교만해지기 쉬운 존재여

이렇게 한 번씩 반성할 일이 있는 게지요.

 

여기 대해리,

그 많은 눈, 비, 바람들이 둘러찬 산들 덕에 용케 잘 피하며 살았습니다.

이번에 그 비 난리통에도

여태 그런 일이 없다고 앞으로 없으란 법은 없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지낼 학교는 마을 한가운데 있고

산으로부터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아침에 처음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분이 물으셨습니다,

비가 오면 바깥활동을 못 하니 안에서 할 것들을 준비하시겠지요 하고.

예,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저희는 뭔가를 할 것입니다.

이번에 몇 번째 계자인가요?

네, 백마흔다섯 번째입니다.

그렇다면 그간 저희가 몇 번의 계자를 했을까요?

네, 맞습니다. 백마흔네 번을 했지요.

그 경험이 여기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답니다.

 

티벳 선인들의 말씀으로 끝인사를 대신합니다.

“해결 못할 문제라면 걱정이 없고.

해결할 문제라면 걱정을 말라.”

 

청안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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