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조회 수 1955 추천 수 0 2004.06.04 16:05:00
달이 훤한 밤인데도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어둡기가 더하고 깊기가 더합니다.
운동장 건너 긴 돌의자에 앉아 학교를 바라보노라면
텅 빈 우주가 그 속에 다 든 것만 같다지요.
복도를 걷다 모둠방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이들이 자던 자리에 달빛이 들어와 앉았는데
그만 가슴이 싸아해집디다.
공동체 어른들은
물꼬 아이들이 비워준 자리에 잠시 다녀갈
계절자유학교 아이들 맞을 준비로,
또 사무실에선 밀린 서류들을 정리하고,
논밭에선 들일이 한창이고,
6월과 7월 아이들이 공동체에서 일하는 때에
한국화며 에어로빅이며 도예며 검도며 목공예며
짬짬이 할 예술활동에 힘 보태줄 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류옥'하다가 두 달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어요."
상범이 삼촌의 표현대로 저혼자 천지를 모르고 살다가
입학한 아이들과 부대끼느라 심통 사나워져있던 류옥하다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어른들 일손을 돕고,
운동장 풀도 매고 사람들도 맞고,
방학연구과제를 고민하고 양말도 빨고 설거지도 하면서,
손이 가야할 아이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465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451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453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415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428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465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470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473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447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442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435
6574 2024. 1.21.해날. 비 옥영경 2024-02-07 464
6573 2024. 1.20.흙날. 비 / 발해1300호 26주기 추모제 옥영경 2024-01-30 544
6572 2024. 1.19.쇠날. 흐림 / 문바위 옥영경 2024-01-29 457
6571 2024. 1.18.나무날. 비 옥영경 2024-01-29 441
6570 2024. 1.17.물날. 비 옥영경 2024-01-29 435
6569 2024. 1.16.불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437
6568 2024. 1.15.달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437
6567 2024. 1.14.해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488
6566 2024. 1.13.흙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47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