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더니 아주 맑아 일하기 딱 좋았습니다.
양념장 정리, 냉장고 정리가 맨 먼저입니다.
계자 부엌살림을 일상형으로 바꾸는 것이지요.
한편, 아이들이 벗어둔 옷들이며 쌓여있던 빨래를 돌리고
사람들이 빌려 신고 벗어놓은 신발들을 빱니다.
점심에 국수를 말며 마을 앞을 노닐던 몇 어른을 부릅니다.
학교 앞 소사할머니도 오시고 뱀할아버지 조중조할아버지도 오시고...
“맨날 이리 고맙게...”
“그래봐야 몇 번이나 한다구요...”
그래도 얼마나 고맙다시는지,
그저 국수 좀 더 삶으면 되는 일인데,
늘 작은 일에 인사가 더 큰 커 송구하지요.
해거름 마을 규중네서 할머니, 간장을 들고 오셨습니다.
“요새는 담아먹는다고 해서...”
“그래도 식구들이 많으니 금새이지요.
작년에는 메주도 안했더니, 된장 없으면 간장도 없으니,
그찮아도 바닥이 금방이다 하고 있었어요.”
그거라도 나눌 게 있어 좋은데,
그나마 물꼬가 몇 해 전부터 장을 담고 있으니 그 기쁨 사라졌다 아쉽다가
오늘 국수 먹으며 장이 늘 아쉽다는 말씀들으시고는
굳이 챙기셨던 것입니다.
허리도 좋지 않으시다면서 밤길을 그리 걸어오셨던 겁니다.
마침 수박이 있어 한 덩이 안고 태워다 드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 품에서 물꼬가 늘 마음 붙이고 사는 산골이랍지요.
읍내 안명헌샘께 전화 넣었습니다.
고래방 바닥 때문입니다.
후딱후딱 그것부터 고쳐 잊어버릴라구요.
재작년에도 당신이 손봐주셨습니다.
“전체 공사야, 국부마취야?”
계자 내내 아이들 혹여 빠지기라도 할까 걱정되던
꿀렁거리던 그 바닥 말입니다.
그 부분만 어찌 해보려지요.
낼 일단 보자십니다.
이제 거의 은퇴하시고 붓글로 소일하시는데,
류옥하다랑 동문수학하는 죄로
또 귀찮은 일을 맡으시게 됐습니다.
“정말 일이 많네요.”
엊저녁 경원샘이 들어왔습니다.
철우샘 대신 계자 갈무리를 돕는다며 며칠 묵기로 하였지요.
홀어머니의 집안일을 많이 도와본 품으로
부엌일을 내내 함께 했더랍니다.
고맙습니다.
철우샘 갑자기 일 생겨 지난 첫 계자를 끝내자마자 고향으로 갔고,
그를 소개했던 경원샘, 그 착한 성품에
물꼬에 빚졌다 싶어셨던 모양이었습니다.
마침 하던 일을 접었다지요.
이제 티벳 관련 일을 본격적으로 해야 할 때다 싶더라며,
먹고 사는 일에 몰두한 시간을 좀 밀기로 하였다 합니다.
건승하시길.
문득 떠오른 문장 하나,
밀착은 사람을 이해하게 하고
간격은 사람을 사랑하게 한다던데,
그래서, 밀착이 나은 걸까, 아니면 간격이 관계에서 더 현명하다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