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7.물날. 맑음

조회 수 987 추천 수 0 2011.09.18 20:51:18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뒤돌아 볼 때 이해된다던가요,

배움의 끝에 도달할 때

비로소 처음부터 진실이었던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데 지혜로운 이라면 끝에 이르지 않고도 가는 길을 알 겝니다,

지금이라도.

지금, 잠시, 돌아볼 것!

하여 이해되시는지...

 

대해리 아침기온 13도.

“저기 좀 봐!”

아이랑 달골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자드락길, 건넛산이 성큼 가까웠습니다.

식욕 높은 이즈음입니다.

아무래도 벗이 보내온 약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약이란 게 그렇지요, 그 약 먹자고 밥 먹게 되고,

밥 잘 먹으니 그게 보약이겠습니다.

왕성하게 먹은 뒤엔 잠이 좇아옵니다.

그것도 보약일 테지요.

아이가 차려주는 점심 밥상을 받습니다,

허리 때문에 다리를 앓아 느릿느릿 움직이니.

한산한 가을날 하루입니다.

 

고구마줄기를 가볍게 데쳐 껍질을 벗깁니다.

나물이란 것들이 그래요,

그거 다듬고 앉았으면 그런 것들이 너무 헐값이구나 싶지요.

고구마줄기로 김치를 담습니다.

지난 가을도 비싼 배추 대신 우리들은 내내 그걸로 김치 담아

이곳저것 잘 나눠먹었습니다.

올 가을도 그렇지 싶어요.

 

도서관에서 빌려놓은 지 오래,

정작 어미는 닥친 다른 책들에 밀리기 일쑤여

다시 빌려와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아직도 마지막 장을 덮지 못했는데,

그 사이 아이가 읽고 독후감까지 썼습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아이에게 공부하라 권하는 방식 하나가

책 읽고 정리하기.

 

< 쓰레기를 줄이면 사랑이 는다? >

- 열네 살이 읽은 노 임팩트 맨(콜린 베번/북하우스/2010)

 

이 책은 단순히 자연을 사랑하자거나, 환경을 아끼자는 책이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삶을 살다 보니 오히려 시간도 많아지고, 여유도 생기고, 진짜 필요한 것들(밥, 사랑, 산책 등)을 누리게 됐다는 경험담이다. 어쩌면 이 책은 철학책이기도 하다. 인생을 왜 사는지, 인생의 결론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노 임팩트 맨’이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생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금욕과는 개념이 틀리다. 누릴 것은 누리면서, 지구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프로젝트다.

 

그리고 이렇게 맺고 있었습니다.

 

이 책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 같다.

 

“우리가 소비하는 이유에 대해서- ...(광고)...모든 이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이 광고의 재미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하면, 언뜻 보기에는 성공한다는 뜻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 결정적인 부분은 성공이 아니다. 박수갈채이다. 이 물건을 쓰면 성공할 수 있고, 그러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만약 우리가 소비를 통해 원하는 게 사랑이라면 중개인-이런저런 물건들-을 건너뛰고 그냥 만나서 어울리면 어떨까?”(214-215p)

 

“…숨을 거두면서 나는 딱 한 가지를 아쉬워할 것 같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하고, 재물과 성공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인생은 너무나 짧고 금세 끝이 난다. 그 인생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281p)

 

내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사랑과, 철학적 지식, 그리고 인생관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며,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지 말고, 그냥 지금을 잘 누리며 행복하게 살라는 것을 알려준 좋은 책이다. 또한 우리별 지구가 얼마나 위급 상황인지, 우리가 조금만 노력해도 세상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알려준 좋은 사례다.

 

노 임팩트 맨,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3772&PAGE_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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