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도 보름달입디다.

한가위 연휴,

대해리서도 서로 잘 쉬었다 가자고

책도 보고 거닐고 하였답니다.

아이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윗마을 돌고개까지 달려갔다 오고...

 

사람들이야 그리 쉬어가지만

산짐승들이야 날마다 먹을 일이 또한 일일 테지요.

새벽마다 산 아래 마을의 고구마밭 무밭 배추밭에 고라니며 노루며 들어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모종을 놓은 일이 없기라도 한 양

쏙 쏘옥 하나씩 빼내먹고 있었습니다.

늦은 우리 밭작물들이 젤 피해가 큽니다.

연할 것이니 더 달 것이고 짐승들도 더 좋아하잖을지요.

울타리를 쳐야 하나, 한 이틀 더 살펴보자 하고 있습니다.

 

소비운동가 애니 레너드의 온라인 비디오 <물건 이야기>.

‘우리는 머리카락이 글러먹었고 피부가 글러먹었고 옷이 글러먹었고 가구가 글러먹었고 차가 글러먹었고 우리 자신도 글러먹었지만, 쇼핑만 하면 괜찮아진다는 말을 하루에 3천 번씩 듣는다.

우리는 일을 하고, 가끔은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새로 산 소파에 털썩 쓰러져 텔레비전을 보는데, 광고에서 “너는 글러먹었다”고 하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 기분전환용으로 물건을 하고, 얼마 전에 산 물건 대금을 치러야 하니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더 피곤해서 소파에 앉아 더 열심히 텔레비전에 매달리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다시 마트에 가라고 부추기니 일-텔레비전-소비로 이루어진 어이없는 다람쥐 쳇바퀴를 돌고 있다. 그냥 멈추면 되는데 말이다.’

 

우리는 늘 ‘쉬운’ 그걸 못해 문제이지 않던가요,

어디 어려워서 못하나요.

현실이 그래서, 상황이 그래서, 조건이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못한다고들 합니다.

어디 남의 이야기이기만 할까요.

쾌락의 쳇바퀴...

새 차 새 집 새 물건들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진 기분이

어디 계속 이어지던가요.

모든 것은 낡기 마련이니 또 새 것이 필요하게 되지요.

그리하여 그 같은 행복감을 위해

다시 휴대폰을 바꾸고 차를 바꾸고 냉장고를 갈고...

우리 삶을 정말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이더냐,

지난 계자 미리모임 교사연수에서 하는 중심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돈독한 인간관계, 애정을 쏟고 보람을 느끼는 자기 일,

그리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함께 하는 것.

지금 행복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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