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22.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41 추천 수 0 2011.10.04 16:14:18
 


이웃에서 나눠준 솎은 무로 김치를 담습니다.

여름내 살피지 못한 장독대 바닥엔

풀이 아주 성하였지요.

풀을 매고,

꽃밭둘레와 바깥해우소 들머리, 평상 둘레도 정리합니다.


걸음이 바빴던 하루였습니다.

아침에 아이를 읍내에 부려놓고 대전으로 향했고,

도서관에서며 자기 활동을 마친 아이가 기차를 타고 와

대전에서 합류, 치과를 들리고

돌아오는 길 옥천 영동 황간을 훑었습니다.

옥천에서 구해야할 물건이 있었고,

영동에선 빈들모임을 위한 장을 보고,

교문 현판 작업을 했던 박시영샘 작업실에 들리고,

황간 광평농장에서 유기농사과를 두 콘티 실었습니다.

“올해는 잼 안 만들어?”

마침 현옥샘의 연락이 있었더랬답니다.

오는 빈들모임에서 사과잼을 만들려지요.

포도도 맛보라 얹어주셨습니다.

언제 늘 이리 받는 것들을 되갚을 수 있으려나요.

면소재지 임산을 지나오며 택배 둘을 찾기도 했네요.

논문에 쓰일 텍스트들과

멀리 진주의 벗이 보내온 한약이었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고 달골에 올라

아이랑 오늘은 키엔체 노르부의 <나그네와 마술사>(2003)를 봅니다.

티벳 관련 일을 하는 벗이 보내준 것이랍니다.

인구 70만명의, 인구대국 1, 2위를 다투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있는 히말라야 소국 부탄.

교육과 의료가 무상인 나라,

여행을 가고 싶어도 한 해 2만 명 이상을 받지 않는 나라.

일반적으로 GDP이니 GNP 지수에 목을 맬 때

국민에게 있어서 행복이 최고라는 목표와 신념 아래

GNH(Gross National Happiness;국민 총 행복) 지수를 사용하는 부탄입니다.

1. 지속 가능한 개발 2. 문화 진흥 3. 환경 보전 4. 좋은 통치를 4대 핵심으로

모든 정책에서 '국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라는 관점에서 검토한다지요.

1인당 GDP 1,978달러(2009년 기준) 세계 122위,

그러나 영국 레스터대학의 에이드리언 교수가 작성한 '세계행복지도'에서는

부탄은 8위였습니다.

미국은 23위, 한국은 102위.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차이를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의 지향점, 정책 우선 순위와 인간화에 대한 목표로부터

행복에 있어 절대적 차이를 가질 수 있음을 확인해주는 수치입니다.

부탄의 젊은이들은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에서 유학하고 난 후,

충분히 서구권에서 고소득 직업을 보장받으면서 살 수 있으면서도

고국으로 돌아가 살아가는 이들이 대다수라지요.

 

이 나라 국민 중 딱 한사람의 영화감독이 존재하고,

영화도 바로 그가 만든 달랑 세 편(<컵>, <나그네와 마술사>,<행복의 경제학>)이 전부.

1999년의 <컵>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중계를 보고 싶어 하는 수도승들의 해프닝을(아, 이 감독, 승려 출신입니다.)

코믹하게 그린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자전적 이야기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지요.

그리고 <나그네와 마술사>.

‘영원하지 못한 것들의 씁쓸함과 달콤함’,

‘영상으로 대하는 부처의 설법’,

이 영화의 수식어에서 이미 우리는 그 결론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은 영화라면 돈과 섹스와 폭력을 떠올린다. 그러나 오즈 야스지로와 사티야지트 레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보았다면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불교가 과학이라면 영화는 그 도구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왜 만드냐 물으니 키엔체 노르부의 대답이 이러하였다지요.

다국적 스탭 108명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고국으로 돌아가

영화산업 기반이 전혀 없는 부탄에서 촬영한 첫 번째 장편영화.


자본 중심화가 세계 곳곳에서 그러하듯

이곳에도 미국행을 꿈꾸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시골 마을 공무원으로 부임한 돈덥이 드디어 친구로부터 미국초청장을 받고

대사관이 있는 수도 팀푸를 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며 길 위의 동행자들을 만나지요.

그 가운데 한 명인 승려가 지루한 여정을 달래려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또 다른 이야기 축.

현실에서의 미국에 대한 꿈도,

이야기 속의 젊은이가 꿈꾸는 미녀와의 사랑도,

덧없는 욕심으로는 꼭 같더라, 그렇게 정리하면 너무 단순하려나요.

무상(無常)일 테지요.

그러면, 하루 하루 닥치는 일상이 남던가요...

그러니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살아라?

 

아, 달군 돌로 목욕물을 데우는 장면, 퍽 인상 깊었습니다!


 

내일부터 사흘은 9월 빈들모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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