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마을 저 건너 골짝 어느 댁 개가 컹컹거립니다.

9회 기본호흡, 대배 백배, 선정호흡 잠시,

그렇게 아침 해건지기를 했습니다.

사람이 워낙에 헐렁해서도 그렇지만

딱히 수행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뭐 다들 맹렬히 하니 나도 잘해야겠단 자극 같은 건

이미 먼 이야기인지 오래입니다.

그저 아주 오래 해왔던 일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침이면 수행을 하지요.

선정호흡이라는 것도 그 이름만큼 무슨 대단한 집중은 아니고

그대로 사뭇 깊이 들이쉬고 내쉬고 한가로이 합니다,

이렇게 수월해도 되는 건가 한 번씩 고개 갸우뚱거리며.

대배 백배 뒤엔 땀이 등줄기를 타고 몇 줄기 흐릅니다.

어느 순간, 성찰과 참회가 수행의 시작이려니 싶었지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그간 행한 모든 악업에 대한 참회로 절하고 또 절.

“수행하기 좋은 계절이죠...”

어느 분이 그러셨더랬습니다.

그러게요...

좋은 시절에 이러고 있어 다행입니다.

자고 일어나는 일이 가뿐하고 몸도 그만큼 가볍습니다.

어떤 변화들이 몸을 둘러싸고 일어나지요.

한편, 불자가 아니지만, 윤회를 끊고 이생에서 해탈로 가고픈 소망이 입니다.

이러다 절집으로 가겠다는 건 아닐까 몰르겄습니다요, 하하.

 

콩밭 잡초를 정리합니다.

곧 벨 것입니다.

이웃 밭 인술이 아저씨네 벨 무렵 우리도 베리라 하지요

그곳을 자꾸 건너다봅니다.

아직도 모든 농사는 마을 사람들 따라하기입니다.

마지막 호박도 따지요, 엊그제도 그리 썼던 듯한데,

정말 마지막 호박이네요.(참말?)

 

바삐 어딘가로 가는데, 손전화가 울립니다.

걸음을 멈추지요.

중요한 건 지금 이 시간,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앞에 있는 사람.

모든 것을 덮고 오직 그에게 집중합니다.

학교에서 장애진단을 받아오라고 한 아이의 학부모입니다.

멀쩡한 아이를 얼마나 많이 낙인 찍는가요, 우리는.

특수교육을 공부하길 잘했습니다,

저 역시 이젠 직관으로서가 아니라 그 잘난 전문적용어로 대처할 수 있으니.

그를 위로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서로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곧 영동으로 걸음하여 보기로 합니다.

 

바야흐로 추천서의 시절, 몇의 연락을 받습니다.

특히 대안학교를 지원하는 이들과 다른 나라로 대학을 가는 이들에게

물꼬의 추천서는 제법 유용함을 드러내고는 하지요.

온 마음으로 힘을 보태리라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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