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0.나무날. 맑음

조회 수 976 추천 수 0 2011.10.30 09:41:18

 

‘충분히 고민한 후 살아도,

충분히 살아낸 후 고민하는 것보다 결코 늦지 않다.’

제주도를 여행 중인 벗이 보내온 글귀입니다.

자신의 삶에 그런 여유를 한 번도 줘본 적이 없었음직한 그는

비로소 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이리 사유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1,000장을 들인데 이어

오늘도 연탄 1,000장이 들어왔습니다.

올해는 지난 학기 ‘이동학교’ 일정에서

된장집으로 이미 아이들이 500장을 올려놓은 지라

굳이 사람들을 불러 연탄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트럭이 그 앞까지 가는 큰 해우소 뒤란만 채우면 되니.

가을 추수 다음 젤 큰일이라면 월동준비.

창들 비닐치기와 연탄들이기가 그 첫째이지요.

침을 맞고 오느라 좀 늦었더니

아이가 저녁 밥상을 차려 일하는 아저씨를 먹여 보냈더랍니다.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 특수학급을 지원하고 있는 한주입니다.

출근시간이 느긋한 것도 아니나

식구들과 아침 해건지기는 거르지 않고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본호흡, 대배 백배, 선정호흡.

오늘은 아이들과 학교 앞 길 건너 감을 종일 땁니다.

시간마다 학년을 나눠서 땄는데,

통합학급이야 애들이 몇 되지도 않아 우리 흐름대로 하지요.

각 학년들이 오가는 그 틈새에 나가서 땄더랍니다.

단감나무 한 그루도 발견했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어찌들 알까요,

벌써 알고 다 따가 꼭대기에 몇 개 겨우 남아있었댔지요.

그 몇 개를 따서 아이들과 바로 깎아먹었답니다.

학년별로 모아 나눠서 내일 깎는다는데,

우리는 그냥 우리 학급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통합학급의 특권이었던 게지요.

 

대안학교 입학에 좌절한 한 부모의 글월을 받았습니다.

‘안 되었어요....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확인되는 순간, 탄식 같은 한숨이 나온걸 보니...

되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고,

그 부모님들은 저보다 훨씬 부드럽고 진보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내가 지금 이렇게 갖고 있는 교육에 관한 생각들이,

아이들의 미래는 교실학습에 의해 되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 생각들이,

내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발표 전에 가졌던 다짐들이-떨어져도 괜찮아, 이 길만 있는 건 아니잖아, 등등-오만이었던 것 같아요.

나는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데, 척만 하고 있었네요.

그래도 힘을 내야지요.

나중에 돌이켜보면 아니 그때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금 가져야 할 생각은

이 길로 가더라도 길은 길이니까 뭔가 있겠지요.’

 

지원하며 기대하지 않는 부모가 어딨겠는지요.

애석하게도 누군가는 가고 누구는 떨어지지요.

하지만 대안학교를 지원했던 생각이 내처진 건 분명 아닐 겝니다.

다각도로 하는 평가일 테고,

무엇보다 정원이 한정돼 있으니 누군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살다보면 그때 원하던 방향대로 되지 않은 게 축복일 때도 있습디다(옹색한 위로이겠으나).

그 아이의 이번 일도 그런 길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른 일에는 건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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