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진짜 오랜만입니다. 잘 계셨습니까?
계속 연락드린다, 드린다 했는데 여지껏 전화한통 못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진으로나마 선생님 뵙고 싶어서 이 홈페이지 들어왔는데,
사진을 못찾겠네요;;
애들 근황 말씀드리자면, 전 잘 있습니다. 지금 공익하고 있고요,
대웅이는 아직도 학교 다니고 있고
영수는 지금 카투사하고 있고
승윤이도 지금 카투사 하고 있고
문달이랑은 연락이 끊겼습니다.
보배는 건대 수학 교육과 다니고 있고 얼마전에 서울여중에 교생나갔고
송이는 학교 잘 다니고 있고
세온이 역시 학교 잘 다니고 있는걸로 알고있습니다.
갑자기 첫 계절학교 갔던 기억이 나네요.
가서 옷 벗어서 가장 길게 만들던 게임도 기억나고,
애들 둘이서 싸우다가 웃겨서 화해한것도 기억나고
다 기억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열악한 상황이였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놀았던거 같네요.
제가 옛날에 했던 약속, 혹시 기억하세요?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어서 학교 건물 지어 드리겠다던...
훗. 그러자면 지금 목표를 수정해야겠네요.
30대가 지나기 전에 100억 모으는게 목표였는데
150억 정도로 늘려야겠습니다. ㅎㅎㅎ
선생님, 이거 보시면 연락주세요. 위에 이메일 주소도 있고...
애들 다 선생님 소식 궁금해하고 있어요.
우리끼리 모일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실까,
영국에선 돌아오셨을까;;; 갓난 애기였던 하루는 잘 자랐을까...
(하루가 저희보고 형, 누나라고 하기도 뭐하네요;; 삼촌 이모가 더 어울릴듯;;)
많은게 궁금합니다. 연락 주세요.
그럼 연락도 자주 못드린 못난 썰렁이 목민수 들어가보겠습니다.
얼마만이누?
그러게, 정말 정말 진짜 진짜 반가우이.
너 중학교 땐가 미국 건너가고는 못본 것 같네.
아이들은 한참 동안 해마다 2월이면 대성리로 모꼬지를 갔지.
몇해 전 내가 학교에서 연구년을 맞아
몇 나라 공동체와 자유학교를 돌아보러 나가던 무렵까지 모였더란다.
작년 상설학교 문 열던 날에는 '관악모둠'의 승아가 다녀갔네.
어느 흙날 대웅이의 전화도 받았댔다.
간간이 소식들을 듣고 있었지,
교사가 되겠다는 녀석들이 늘었다는 말에 꽤나 기뻐했더랬다.
이제 영동이 있으니
모꼬지 굳이 다른 곳 갈 것 없겠네,
어느 하루 모여서들 예 오면 되겠구나.
대해리가 그러하듯, 나 또한 변함없이 예 있으니.
94년 설악산의 그 첫 계자,
그래, 옷까지 벗어던졌더랬지.
덕분에 그 시간이 고스란히 떠오르네.
이번 봄 계자에서(상설학교로 문을 열고도 계절학교는 계속 한단다)
그때 그 대동놀이 써보아야겠다.
첫 번째 계자를 다녀와 갈무리 하던 샘들 모임에서
"지금부터 십년 뒤 바로 이런 행복한 학교를 만듭시다!"
했더랬다.
그리고 정말 2004년, 상설학교로 문을 열게 되었구나.
그 시절 누가 대안학교라든가 자유학교라는 말을 썼더뇨.
앞서가는 젊은이들이었다 싶으이.
'겨울은 지나가고' '솔개' '관악'
니네야말로 계자 원로중의 원로일세.
너희들과 함께 한 그 시간들이
지난 십년을 굳건히 버티게 하지 않았나 싶으이.
네가 한 약속이라...
어디 한 두 가지여야 말이지.
류옥하다(하루가 아니라/ 입양하는 아이 이름은 '하루'라고 해야겠다) 유모차도 밀어준다더니
웬걸, 그 아이 커서 초등 1년이 돼버렸단다.
그런데, 너 아직도 '썰렁이'로 불려?
거구라는 것,
안암동에서 학교 다닌다는 것,
정치외교를 전공한다는 정도의 정보는 가졌으이.
어른들 여전하시지?
주영이는?
안부 전해다고.
아, 올림픽 선수촌의 윤빈이네도 생각 나이.
강창이였나, 아랫 녀석이?
모두 모두 소식 전해다고.
참말 그리우이.
친구들에게도 이 그리움 전해다고.
익은 봄일세.
우리 생도 그리 풍요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