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 5.흙날. 젖은 있는 땅

조회 수 1276 추천 수 0 2011.11.17 03:22:40

 

 

새벽, 가을비 다녀갑니다.

빗소리에 이른 새벽 깼더랍니다.

계곡에도 비 덕에 물이 많아졌습니다.

학교 동쪽 개울도 물이 불어

으깬 은행 껍질들을 훌렁훌렁 씻기 좋았습니다.

식구들이 씻은 은행을 평상으로 옮기고 또 줍고...

사흘 단식을 끝낸 아이는 미음으로 어제 첫 보식을 끝내고

오늘은 된장죽을 제 손으로 끓여먹고 있었지요.

 

해건지기를 못한 아침입니다.

아직도 몸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 것 같으면 다신 단식 못하겠다는 두려움까지 일었지요.

단식 닷새째면, 굳이 단식한다고 알리지 않으면

곁에 있는 이들도 알지 못할 정도로 수월하게 해왔던 단식입니다.

지난 두어 달 얼마나 무리한 생활이었던가가 다 보였지요.

사람을 잃고

길을 잃고

마음을 잃고

그리고 달리는 말에 겨우 매달린 사람처럼 정신없이 일 고삐를 잡고

서울로 경주로 대전으로 오갔습니다.

게다 마치 먹는 것에 화를 내듯 항아리에 차곡차곡 채우는 곡식마냥

몸에도 그리 넣고 있었습니다.

역류현상은 계속되고

처절한 몸부림처럼 온 몸이 격렬하게 떨고 있지요.

냄새에도 별 민감하지 않았던 지나간 단식들과 다르게

역류 때문인지 유달리 냄새에도 예민한 이번 단식은

그만큼 지독한 몸의 고통으로 이어집니다.

그야말로 고행에 가까운 수행이 되고 있다지요.

 

서울행.

단식 때 운전만큼은 금기시 하지만

약속한 일정이어 별수 없이 40분 운전하여 역으로 가 기차에 오릅니다.

마침 어느 수행방에 들 일 있어 선정호흡과 자비명상.

오늘 자비명상이 몸을 구하였습니다!

위파사나 호흡으로 비워내고 그곳을 따스한 빛으로 채우며

몸과 영혼을 위로하였더랍니다.

 

고통,

때로 우리는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고는 하지요.

고통만큼만 고통스러워하기,

요즘 되내고 있던 바램 하나였더니

이번 단식에서 그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삶, 정녕 고통만큼만 고통스러워하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345 2010.12. 2.나무날. 야삼경 화풍이 분다 / 김장 첫날 옥영경 2010-12-22 1286
5344 2009. 4. 8.물날. 여름 같은 봄 하루 옥영경 2009-04-14 1286
5343 2008.12. 2.불날. 맑음 옥영경 2008-12-26 1286
5342 2008.10. 4.흙날. 꾸물럭 옥영경 2008-10-19 1286
5341 2008. 8.20.물날. 갬 옥영경 2008-09-13 1286
5340 2008. 1.26-7.흙-해날. 맑음 옥영경 2008-02-22 1286
5339 2005.10.17.달날.맑음 / 내 삶을 담은 낱말 옥영경 2005-10-19 1286
5338 2008. 4. 6.해날. 맑다 한밤중 비 옥영경 2008-04-20 1285
5337 2007. 6.11.달날. 벌써 여름 한가운데 옥영경 2007-06-26 1285
5336 2006. 6. 6.물날. 마른 비 지나고 바람 지나고 옥영경 2007-06-22 1285
5335 2005.11.24.나무날.맑음 / 샹들리에 옥영경 2005-11-25 1285
5334 7월 28일 나무날 비 옥영경 2005-08-01 1285
5333 5월 15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5-05-20 1285
5332 2월 11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2-16 1285
5331 10월 17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4-10-28 1285
5330 153 계자 나흗날, 2012. 8. 1.물날. 옅은 구름 지나고 옥영경 2012-08-03 1284
5329 3월 빈들 여는 날, 2009. 3.20.쇠날. 맑음 / 춘분 옥영경 2009-03-29 1284
5328 2008. 4.2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5-11 1284
5327 2007. 9.21.쇠날. 갬 옥영경 2007-10-05 1284
5326 2007. 2.26.달날. 맑음 옥영경 2007-03-06 128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