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대배만 백배.
주말엔 서울로, 그리고 주중 이틀은 경주를 가고 있는 두어 달입니다.
강의와 거기 딸려 있는 몇 가지 일을 함께 하고 있지요.
불날과 나무날은 또 치료가 필요한 일이 있어 대전까지 나갔다 옵니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간 많지가 않습니다.
이번학기는 일찍이
학기 가운데 머무는 아이들은 받지 않겠다 알렸더랬습니다.
한갓진 학기가 되려니 했지만,
그만큼 또 다른 일이 자리를 채우지요.
그런 거지요, 살아가는 일이.
아침을 먹자마자 경주행.
동물을 통한 장애아재활치료 관련일이랍니다.
오늘은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재활센터의 냉장고를 뒤집었습니다.
산골 사는 물꼬 삶이 그러하듯
그곳도 삶터랑 일터가 한자리에 있어
일에 밀려 생활 구석은 손이 못간 곳이 한둘 아닙니다.
“우리 냉장고도 엉망인데...”
그래서 또 누군가 와서 우리 일을 거들 듯,
그곳에서 또 그리 손 보태었지요.
함께 간 류옥하다 선수도 한몫합니다.
그곳에서 가꾸는 텃밭에 마늘을 심었지요.
아무도 해본 사람이 없다 하니 제(자기)가 나선 것이었습니다.
둑을 만드는 거며 마늘을 놓는 거며
그리고 흙을 덮고 밭이 겨울 날 준비를 해두었다지요.
“우리 건 아직 못 심었는데...”
그러게요, 물꼬 마늘은 아직 놓지도 못하였네요.
류옥하다는 괭이와 호미를 내려놓기 전
밭 가장자리에 이쪽에서 저쪽으로 잘 건너가도록
고속도로(?)도 만들었습니다.
그리 진지할 수가 없었지요.
놀이랑 일이 늘 그렇게 함께 하는 그입니다.
하기야 저가 그렇게 재미날 일이 무에 있을려구요.
또래들이 학교 공간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과 달리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하여 이런 것도 재미가 될 테지요.
사람들이 바깥에서 부산하고 동물들도 건사할 동안
저는 구성원들을 위해 밥상을 차렸습니다.
일이 잔뜩 쌓여 모두 종종거리는 걸 보는데,
제 일만 하고 나올 수가 없었지요.
냉장고에서 나온 것들에다 밭에서 뽑아온 무와 배추로 상을 차립니다.
두부전골에 배추전 무나물 가지나물 무청된장졸임을 하고,
전채요리처럼 두부된장죽도 끓여냈지요,
지난번 야채죽을 그리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잘 먹기.
어디 가서나 물꼬 아니어도 물꼬려니 합니다.
물꼬 일이 아니어도 물꼬 일이려니 합니다.
내 발디딘 곳이 내 삶터이려니 한다지요.
“아예 이사를 오시지요?”
본격적으로 재활센터 일을 함께 꾸려나가면 어떻겠냐는
교수님의 농 아닌 농이 있었더랍니다.
그리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