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더웠어요, 더웠어.”

오늘 대해리는 그리 푹했더랍니다.

소사아저씨는 마늘밭 옆 시금치두둑도 만드셨답니다.

풀도 긁었겠지요.

이 겨울, 마른 풀 아니어도 풀 많습니다.

날이 좀([조옴]) 푹해야 말이지요.

“내일 마늘 심을라고...”

“혼자 하시지 말고 저희 가면 같이 해요.”

 

여기는 서울.

명상모임을 하고 돌아와 내일 빈들모임을 준비합니다.

어떻게 길을 잡을까 다시 점검하고,

들려줄 이야기 가닥도 가늠하고,

간식도 준비합니다.

마치 물꼬에서 몽당계자와 빈들을 할 때처럼

잘 먹고 가는 하루 되도록 하고 싶었지요.

간식을 큰 산을 오를 듯 장을 봐 지퍼백에 나누어 담습니다.

기락샘과 류옥하다 선수도 함께였지요.

귤을 씻어 물기를 빼고,

사과즙과 사탕과 초컬릿과 크래커와 크래커...

특별히 주문해서 만든 커다란 너트쿠키도 넣어 스무 꾸러미를 만들었지요.

아침에 옮기는 것도 쉽잖겠습니다.

 

그나저나 답사를 갔던, 빈들모임에서 점심 먹을 함바집이

전화 연결이 안 됩니다, 어제도 오늘도.

신정원님께 긴급 타전.

낼 아침 들러봐 주십사 하지요.

답사 때부터 이번 모임의 안내자 역을 톡톡히 하고 계신 당신이랍니다.

 

서울 와 있으니 침대에 누워 TV 채널을 돌리기도 합니다.

지난달 몽당계자에서 어른들 수다의 핵심에 있었던 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지요.

드라마라기보다 문학작품 같은 대사 때문에

아주 조용하게 귀 기울이게 되는 구절들이 있는 작가입니다.

반듯하게 자란 딸 같은 조카가 결혼할 사람을 데려온 날,

서러움과 고마움과 대견함이 뒤섞여 말을 잊은 어머니 같은 고모가

그만 조카를 시기하는 딸의 질시에 머리채를 잡고 소란을 피웁니다,

조카사위 될 사람 앞에서.

우리는 가끔 시골 장바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지난 시절 화려했던 가수를 보며 연민과 낯 뜨거움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마치 그런 풍경이었지요.

그래요, 그런 날 꼭 험한 꼴을 내보이고 마는 우리 살이 앞에서

그야말로 저 작가가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은,

그가 대가일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게 됩디다.

이런 장면이 잊혀졌던 글에 대한 소망을 불러 일으켜주고는 하지요.

틈틈이 읽고 쓸 것!

 

최근 책 하나 엮어보자는 연락을 해오는 이와 통화하는 중

근 몇 해의 한국 출판계 동향을 듣습니다.

2000년대 초반 사람들은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성공을 꿈꾸었으나

오르지 못할 산임을 알고 좌절하더니

2007년 출판계의 키워드는 ‘현명한 삶의 추구’였다 합니다.

이렇게 행복의 범위를 축소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자,

2008년 ‘자기치유(selp-healing)’에 빠졌고,

2009년에는 그나마 다방면의 ‘소통’을 기대하고 ‘희망’을 가지지만

역시 어느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으며

2010년 이제 ‘스스로의 변화’에 마지막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나요.

개인과 사회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었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안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달렸습니다.

그리고 2011년, 올해의 출판 키워드는 ‘위로와 공감’이었다 합니다.

위로와 공감...

다들 사느라 애쓰셨습니다,

당신의 어깨를, 그리고 스스로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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