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9.불날. 짙은 아침 안개

조회 수 1030 추천 수 0 2011.12.16 15:03:52

 

식구들과 대배로 아침 해건지기.

 

마늘밭 안 발자국, 누구의 것일까요?

저 먼 곳 산꼭대기를 제외하곤 눈 아직 없으나

이미 초록이 귀한 산일 테지요.

그래서들 내려왔겠습니다.

겨울입니다!

 

숙제 같은 일들이 있습니다.

부엌 선반의 잡동사니 상자 두 개, 뒤집었습니다.

널따란 상자에 온갖 게 들어가 있는데,

어느새 무엇을 넣었는지도 잊히고

쳐다보지도 못한 채 계자를 맞고는 하였지요.

오늘 드디어 다 헤집고, 두 개는 하나로 정리되었답니다.

 

물꼬 계자에 대한 뉴스매체 한 기자의 문의.

“‘백마흔아홉 번째’ 계절자유학교, ... 한참 읽고 이해했어요.

이렇게 쓰시면 특별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읽기 불편했다 합니다.

텍스트에 강할 것 같지만 의외로 기자라는 직업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눈에 바로 드는 몇 단어로 이해한다고 강조합니다.

얼마 전, 십오 년 전에 물꼬 방과 후 연극터를 다녔던 친구가 메일을 보내며

요즘 아이들이 그러하듯 자기 역시 텍스트에 약하다 했던가요.

헤아려집니다.

그런데 바로 그 텍스트를 읽는 것부터가

사실 물꼬에 대한 이해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그런 불친절로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대신 그걸 읽어낸 이들은, 그리고 이렇게 연락한 이들은

그만큼 기본 이해도를 가지고 접근해오는 거지요.

그렇게 읽고 나면 그 과정이 물꼬에 다가오는 걸음이 분명 되니까요.

우리는 텍스트가 깁니다.

그리고 그 행간에서 의미를 전하고자 하지요.

하기야, 어쩌면, 쓸데없는 낡은 고집 혹은 아집일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누전차단기가 내려간 전기 점검부터.

연결된 부위들을 살핍니다.

중앙단자함의 한 차단기에서 다시 가지를 뻗어나간 차단기,

거기서 하나로 압축.

그런데 거기 또 세 개의 차단기 있습니다.

자, 어딜까요?

결국 전등 몇 개로 압축됩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디로 연락해얄지 모르겠습니다.

목조건축하는 시영샘한테 연락 넣어봅니다.

거기 거래하는 전기기사를 보내주겠다셨습니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더 세밀하게 살펴서 일을 주어야 그도 수월할 게다 하고

차근차근 다시 부분 부분을 점검합니다.

 

한 지역의 작은 신문사에서 칼럼을 의뢰해왔습니다.

두어 해전부터 글 좀 써주십사 하더니

새해 앞두고 다시 온 부탁이었지요.

긴 시간 뜻을 꺾지 않고 정론의 길을 가고자 애쓰고 있는 그입니다.

생각하면, 대단합니다.

그만하지 싶은데 어찌 어찌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 소식이 힘이 늘 되어왔지요.

“아이고, 원고료라니요, 제가 보탤 일이 있어 다행이지요.”

조만간 만나 구체적인 논의를 할 겝니다,

아무리 규모가 적더라도 고정칼럼의 무게는 그것대로 또 근수가 있을 것이므로.

 

배추를 묶습니다, 이제야.

올해는 묶지 않고 바로 빼리라 했는데,

예정보다 김장이 더디게 됐습니다.

예년대로라면 섣달 첫 주말에 하는데

한 주를 늦추게 된 게지요.

하기야 예정대로 한대도 다른 집들보다야 더디지요,

요새는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다들 춥기 전에 한다더만

우리는 땅에 묻는 거라 겨울을 가르며 하니.

 

읍내에서 잠시 또래 부부를 만나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제 좀 한가해지지 않았냐 합니다.

농사일 다 끝나서요? 웬걸요.

물꼬가 농사 중심의 삶인 곳도 아니고

거기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거나 손발이 여럿인 곳도 아니라 더 바쁜 걸요,

교무행정, 교수, 일상, 부엌살림, 농사가 모두 동시적인 공간이니.

기락샘은 늘

이 큰 살림 청소하고 밥만 해먹고 살아도 얼마나 바쁠까 하는데,

다른 이들은 여기 삶이 가늠이 안 되는 게지요.

무식한 울 어머니는 늘,

왜 물꼬 일을 해야 하느냐 난리입니다.

무슨 대단한 사명감인 줄로도 아십니다.

무슨요!

그냥 살아갑니다, 생각했던 대로 자신의 삶의 길을 가보는 거지요.

“어머니, 다른 뭘 하면 이만큼 안 힘들까요?”

“그래도... 사람 거둬 멕이고 애들 돌보고 그래도 좋은 소리도 못 듣고...”

그냥 산다지요...

 

시골 동네 스며 살아가는 어려움이 가끔 있습니다.

외지에서 왔다는 까닭으로 불이익을 당할 때가 있지요.

이 역시 어디 살면 겪지 않는 일이던가요.

오늘은 쌓였던 맘 있어 이장님께 전화 넣었습니다.

설움이 일어 울먹이며.

아이도 덩달아 곁에서 속상해서 울었습니다.

말하자면, 퍼붓는다는 표현까지는 아니고, 좀 쏟았지요, 착한 그 양반한테.

“에이, 나도 참 속상해. 알잖아, 꼭 하는 일마다 뭐라 하는 사람들 있잖아...”

당신은 어떻게든 늘 도와주시려는데,

만만한 애먼 사람한테 그리한 셈이지요.

그래도, 그래도 또 살리라,

그렇게 마음 다잡고 교무실을 나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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