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밤입니다.
아침, 대배를 하고 학교 단도리를 한 뒤
비바람을 가르며 대해리를 나섰습니다.
동물매개 재활교육센터행.
아, 누가 그리 알아들었더라지요,
지난 어느 때부터 고생하던 허리 때문에
경주까지 가서 재활치료받는 줄로.
아닙니다.
특수교육대상자들이 드나드는 곳이랍니다.
경주는, 비바람치고 어둑한 속에 김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 둘 더 와서 붙어 있었지요.
좋은 날들 다 두고 하필 이 날입니다.
물꼬 것도 못하고 여기서 마늘을 심고 무를 묻고
그리고 김장을 하게 되었네요
(한 박자 늦게 마늘을 놓았고 무를 넣었습니다만).
바람 거칠고 차 소리 요란하고 비는 굵었습니다
(물꼬도 그러하다 소사아저씨의 전갈입니다).
말도 그만큼 예민합니다, 그찮아도 민감한 그인데.
그런데 배추 버무리다 교대하는 사이 말을 탔지요.
달리다 그만 떨어졌습니다.
무리한 일이었지요.
이런 날 누구라도 제 집 안에서 나오기 싫은 법입니다.
밖이라면 그 마음이 얼마나 심란할까요.
말이라고 어디 다르겠는지요.
마침 포항의 자폐아가 오지 않아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크게 다치지 않아.
하지만 아주 뻐근했지요.
말보다 한 발 늦게 움직이기!
늘 말(馬)보다 마음이 앞서가고는 합니다.
이건 또 다른 수행과정이고 있지요.
으윽,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