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서 떨어진 후유증으로 늦도록 쉬었더랍니다,

해건지기도 같이.

 

마늘밭 곁 시금치 씨앗 뿌린 밭,

짚을 실어와 깔아주었습니다.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지 않고도 그렇게 겨울을 나게 할 참입니다.

 

교무행정(이라지만 학교아저씨 일도 해야는)을 오래 맡았던 친구가 늘 그랬습니다,

바빠 죽겠다고, 일이 너무 많다고, 정말 시간이 없다고.

특히 겨울이면 그 말이 실감나지요.

해 짧으니 더합니다,

그렇다고 밤을 베어내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우리보다 배추농사가 잘된 유기농가 황간의 점순샘네서

혹 배추 모자라면 가져가라는 연락 있었기

전화 넣어둡니다, 달날 실으러 가겠노라.

밥해 먹고 메일 답 보내고,

계자 차편 여러 차례 확인하고,

계자 문의에 답하고 관련 단체와 통화하고...

그러다 세탁기 안 구멍 난 세탁망 두 개 보이기

꺼내서 꿰맸지요.

한 시간을 들일 만큼 가치가 있기는 한 겐지,

사려 들면 없기야 하겠냐만 당장 눈에 보이니 합니다.

밀쳐놓지 않고 보일 때 바로 하기,

요새는 그리 일하려하지요,

지금 못하면 끝끝내 못하기 일쑤이기.

아이 옷 점퍼도 고칩니다, 동물매개치료센터 갔을 적 친칠라가 물어뜯어.

손빨래거리도 좀 하지요.

어느 듯 해집니다.

 

‘내 손으로 흙집 문짝 달기’는 올해 최고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치수를 재지요, 청소년 계자 전에 해서 달리라 하고.

속을 썩이던 집 짓는 이를 겪으며

그 왜 치사해서 내 손으로 하고 말겠다는 심정 같은 것이 있었던 겁니다.

중요한 건 모양이 아니라 그야말로 문을 만들어 다는 것.

그런데 지금 누전차단기가 내려간 위치에 이 구역이 포함되어 있어

어둑해서 불편했지요.

그나마 센서등 있어 다행이었는데,

일어나 수차례 센서등을 다시 켜가며 아이랑 자를 댔습니다.

그리고 공방 하는 이에게 조언을 구하려 전화 넣었지요.

 

머잖아 귀빠진 날.

생일이 무에 별 날이냐 하지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생애 크게 다시 태어나는 날이 있지요,

그날이야말로 생일일 겝니다,

자기에게 의미 있는 날, 세계관이 바뀐 날.

그런데 부모 없는 아이, 가장 어렵게 사는 이가

해마다 제 생일이 다가오면 인사를 하고 선물을 보내옵니다.

“노란색 좋아하시죠?”

오늘도 전화가 들어왔지요.

울컥.

 

내 글이 예전 같지 않다면 그것은 깊이 없음 때문이리라,

그렇게 사유할 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겨울입니다.

일어나면 일이 꼬리를 무는 겨울 산골살림은

더러 사람을 가라앉게도 하는데,

남편의 지지로 고무된 밤이고 있네요.

“당신 훌륭해!”

네가 사는 세월을 알아,

가장 가까이 있는 이의 그런 이해와 지지만큼

큰 격려가 있으려나요.

서로 격려하고, 그리하여 고무 되는 밤이소서.

鼓舞(고무)! 북을 치며 춤을 추는 것을 말하지 아니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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