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표가 안나. 남들은 모를 거야.”
아이한테 전화가 들어옵니다.
현관 통로 지붕 거미줄을 쳐야겠다 했지요.
소사아저씨와 사다리를 들여 일을 했던가 봅니다.
낡기도 낡았고, 담쟁이덩굴 거기까지 벽을 타고 기어와
여름 한철이야 무성한 잎으로 반가우나
겨울은 말라비틀어진 줄기가 스산함을 더했지요.
“그래도 안하면 안한 표는 나는 게 낡은 살림이야.
엄마 눈엔 보일 거야. 애썼어!”
격려했지요.
가마솥방 청소도 했다는 전갈입니다.
여기는 서울.
상설과정을 하지 않고 있는 현재
물꼬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계절자유학교입니다.
그런데 상주 인원으로 하는 행사가 아니라 밖으로부터 공급되는 이들이 하다 보니
자칫 불안정하기 쉽지요.
그것을 잘 조직해내는 일이 역시 물꼬 중앙에서 할 중요한 작업일테지요.
올해는 뭘 해볼까,
어떤 어른들이랑 움직일까,
새끼일꾼들 움직임은 어떻게 그릴까,
추위는 어떻게 맞설까,
밥바라지는 어쩌지,
특히 주 품앗이들인 대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나면
다음 대를 이어가기 만만찮지요.
특히 스펙 쌓기에 여념 없는 이 시대의 대학생들을
이런 산골에서 보긴 더욱 어렵습니다.
다행히 힘을 더는 소식이 들어왔네요.
올해는 교원대 친구들이 붙어보겠다는 연락입니다.
고맙습니다.
늘 해도 신비감이 떨어지지 않는 말, 물꼬의 기적이라 하겠습니다.
좋은 연 지어지길.
장을 봅니다, 대해리 식구들 겨울 준비.
서울은 물건이 많고 싸지요, 라고 쓰니 참 우리가 산골 사람들 맞구나 싶어요.
아주 튼실한 겨울 점퍼가 몇 만원 안짝입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지난해 아니 재작년에 당장 샀을 걸요.
소사아저씨를 위해 두터운 양말, 솜바지, 모자도 챙겼습니다.
분명, 해마다의 겨울맞는 준비가 나아지고 있답니다.
나아진다, 이것이야말로 기쁨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