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23.나무날. 해 살짝

조회 수 1014 추천 수 0 2012.03.04 22:58:19

 

식구들 모두 바람 단 마당을 걸었습니다.

 

내일부터 사흘 동안 있는 빈들모임을 준비합니다.

예비중 계자를 대신하기로 한 모임입니다.

겨우내 비워두었던 달골,

그리고 계자 뒤 거의 쓰지 않던 학교 공간들을

어제부터 청소하고 있습니다.

 

달골에 다시 올랐지요.

욕실에 쌓아두었던 걸레들,

그리고 베갯잇을 빱니다.

그 사이 아이는 차가 오르내리기 쉽도록

얼음이 남아있는 곳들을 긁어내고 모래를 뿌렸지요.

 

꼭 시간이 밀려 다시 보지 못하는 욕실 용품들 물때도

오늘은 그예 손을 댑니다.

잘 일러주었더니 소사아저씨가 챙기셨네요.

 

마침 고물상트럭이 마을에 옵니다.

이곳에 머물다 나간 이가 한쪽에 버리려 쌓아놓은 짐들 오래,

그 속에 있는 낡은 TV며 학교 구석 굴러다니던 또 다른 TV도 처리하지요.

“헌 옷은 없어요?”

계자 뒤 마침 옷방을 정리하고 몇 상자 또 꾸려놓은 걸 어찌 아시고...

나중에 다시 정리를 하며 재활센터에 한 번에 보내리라던 것을

사람 온 바람에 끌어내기로 합니다.

 

장보러 나서지요.

대전 나가 침도 맞고 오려면 제법 걸릴 시간입니다.

꿰맨 발가락에 어제 그만 물 들어갔는데,

살펴도 보아야겠고.

“술 마시면 안 되겠지요?”

“당연한 말씀을...”

“저 낼모레 술 마시러 가야는데...”

의사 샘 웃으시더니 달날에 들리랍니다,

상태가 좋아 좀 일찍 실을 뽑아도 되겠다고.

아, 황간에서 조정환샘 문병도 갔습니다.

지난번엔 성빈이랑 하다랑 함께 갔더랬지요.

퇴원은 하셨으나 아직 한참은 목발을 짚으셔야한답니다.

봄 오는데, 밭에 일은 쌓였을 터인데...

 

아이의 좌절을 들으며 위로인지 야단인지를 합니다.

“상대가 잘한다는 것이 왜 내가 못났다는 것이야?

그게 바로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거야.

남이 잘한다고 해서 내가 잘하는 것이 깎이는 건 아니야.

남의 잘됨을 기꺼이 기뻐해줄 것,

그걸 함께 즐긴다고 해서 내 잘함이 줄어드는 게 아님!”

이것저것 속상한 아이는 좀 울기도 하고,

그걸 또 속상해라 보며 어미는 무어라 무어라 하고...

그런데 푹 죽어 나갔던 아이가 문을 박차고 들어옵니다.

“엄마, 엄마의 문제가 뭔지 알아?

너무 논리적이라는 거야.

무슨 말을 해도 다 반박당해.

그래서 할 말을 못하고...”

아차! 논리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마다요.

아이에겐 논리적 고리가 아니라

그저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필요했던 겝니다.

아이는 어려서 서툴고,

어른은 부모노릇이 또한 어수룩합니다요...

 

궁금한 이의 근황을 듣습니다.

요즘은 전에 읽었던 책을 꺼내 읽는다시지요.

오늘 새벽에는 생태건축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놓은

<자연을 닮은 집짓기>를 읽으셨다던가요.

‘글이 시일 수 있음을, 집중력과 세월과 땀의 글이 어떤 감동을 줄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합니다.

놓치기 아까워 한 줄 한 줄을 아까워하며 읽으셨다지요.

새가 스스로 제 둥지를 만들 듯이 인간 스스로 자기 살 집을 짓는 게 맞다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의 구절도 있고,

‘육체적, 예술적, 감정적 영역은 모두 잘려나갔다. 인간의 노동에서 감정, 정신, 예술이 배제되었을 때 그것들을 다른 것에서 보상받기는 극히 힘들다. 손으로 다루면서 자신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재료와 자신을 성숙시킬 수 있는 건축과정이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하다.‘는

테드 부차트의 글도 옮기고 있었으며,

‘우리가 진보를 '기술의 발달'이 아니라 '개인, 공동체, 세계의 복지혜택을 늘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어떤 일을 하든 더 간단하고 지속가능한 방식들의 잠재력을 깨닫게 될 것이다.’는 데이비드 아젠버그의 글도 옮겨주고 계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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