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9.물날. 맑음

조회 수 1024 추천 수 0 2012.05.18 01:16:08

 

 

소사아저씨는 달날 잠시 심었던 고추모에 이어

어제 하루 어버이날로 잔치 다녀와

오늘 남은 고추모 다 심었더라지요.

 

마을에서 수로가 또 정비됩니다.

학교 터가 일부 들어가니 교육청에서 토지허가문제로 다녀갔지요.

사람이 걸을 길은 끊임없이 닦이는데

영성을 닦는 일은 드물기만 합니다...

 

울릉도 사흘째.

‘무식한 울 어머니’ 차려주신 국밥으로 아침을 먹습니다.

당신을 위한 여행을 와서 여전히 당신은 밥상을 차리십니다.

우리들의 어머니...

 

독도행 다시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북면에서 나가기 전 나리분지로 들어갔지요.

성인봉을 바라보며 신령수 숲길 아래 잠시 서성이다

너와집과 투막집을 들여다보고 도동항.

 

그예 독도 들어갔습니다.

울릉도를 가고 싶다거나 굳이 독도를 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데

어머니 덕분에 독도까지 들어갑니다.

육지에서 배로 세 시간 달려 동해 한가운데 떠 있는 울릉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두 시간,

독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가슴 뭉클하였더이다.

독도문제가 불거질 때마다도 그리 감정이 인 것도 아니더니...

 

독도, 혼자 남았을 때

 

다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사람이기보다 흙이었으면

돌이었으면

먹고 버린 굴 껍데기였으면

풀 되는 것만도 황송해서

오늘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돌 틈에 낀 풀을 잡고 애원하는 꼴이

풀뿌리만도 못한 힘줄로

더듬더듬 밧줄을 찾았지만

고독엔 밧줄이 없다

 

: 이생진 시집 <독도로 가는 길> 가운데서.

 

‘내가 생기기 시작할 때

이미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

떠다니는 섬이었다‘는 시인을 생각했습니다.

 

울릉도로 돌아와 절벽에 지은 너와집인 숙소로 가며

만물상 전망대에 다시 들렀습니다.

류옥하다를 TV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농협 직원이

농사를 짓는데 쓰는 모노레일에 우리 가족을 태워주었지요.

더덕밭으로 툭 떨어지는 모노레일 길은

어쩌면 울릉도에서 최고의 여정이었다 싶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밥상을 차리셨습니다.

니는 못한다,

처음 김장을 할 때도 장을 담글 때도

어머니는 번번이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은 니는 그런 거 하지 말고 살아라,

혹은, 니는 공부해야지, 이런 거 할 시간이 어딨노,

아니면, 나 살았을 적엔 내가 해주마,

그런 말씀의 다른 문장이었지요.

우리들의 어머니가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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