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13.해날. 흐리다 맑음

조회 수 1090 추천 수 0 2012.05.23 07:47:07

 

 

아이들은 저들끼리 밥을 해먹고

공부를 하고 놀고 일을 했습니다.

 

서울행.

올라오는 기차에서 바느질을 합니다.

모시발을 만들지요.

오랜만의 바느질입니다.

늘 손으로 뭔가를 만들면 누군가에게 주기 바빴습니다,

나만 쓰기에는 그 애씀이 아까우므로.

그래서 집에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나는 언제든 필요하면 만들 수 있기 때문에도.

이번엔 물꼬에서 쓰려고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붙잡고 할 짬이 쉽지 않지요.

하여 이렇게 나는 시간,

기차에 오르고 내리는 2시간 30분 동안 꼬박 바느질.

 

오늘 헤이리를 맨발로 걸었습니다.

발바닥을 햇살을 머금은 돌 혹은 흙이 어루만져두었습니다.

물꼬 활동에 대한 논의가 거기서 있었지요.

긴 세월 제자였고 후배였고 동지였고 동료였던,

그리고 이제 생을 나란히 사는 벗들.

상주하는 식구 몇 되지 않아도 이렇게 어깨 겯는 이들이 있어

물꼬 일을 이어갑니다.

“선생님, 지난번에 이야기 하던 거, 내가 다시 확인해봤는데,

하루에, 40명씩 자살을 한대!”

대한민국 자살률이(2010)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였고,

2010년의 전체 사망 원인 중 자살이 31.2%였다 합니다.

국제 비교자료를 보면, 누구의 표현을 빌자면,

자살자 30명 중 15명은 한국에서 예방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죽는 것이고,

5명은 양극화 불평등 때문에 죽는 것이며,

5명은 다른 사회문화적 요인 때문에 죽고,

5명은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죽는다던가요.

“우리 적어도 자살은 하지 말자. 남아있는 이들에게 너무 상처잖어.”

“맞아요. 나를 여기까지 이르게 한 사람들을 생각해 봐...”

“그래, 이 작은 한 목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물이 되고 바람이 되었더냐...”

 

대치동에서 2차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물꼬 산하에 산촌유학센터를 두면 어떨까,

그런 제안을 검토 중입니다.

한 만남도 거기서 있었습니다.

20년도 더 전에 같이 사회대중조직단체에서 일했던 친구.

며칠 전 뜻밖에 왔던 전화가 있었지요.

마침 그의 선배 하나가 귀농을 준비하는 가운데,

물꼬랑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주선한 자리.

다음 만남은 오는 주말 물꼬에서 갖기로 합니다.

 

여기는 서울.

지난 가을에 하던 강의에서부터 서울 걸음이 잦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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