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19.흙날. 맑음

조회 수 1342 추천 수 0 2012.06.02 10:49:48

 

아, 젖어있던 어젯밤 달골 마당에서 첫 반딧불이를 보았습니다.

여름은 어느새 이 산골짝을 들어와 있었지요.

 

이른 아침을 수행으로 엽니다.

‘소도’에 들어 춤도 추지요.

하지만 발이 영 불편합니다.

어제 풀을 베며 모기에 물렸다고 생각했던 발은

벌이기라도 했는지 풍선처럼 어마어마하게 부었습니다.

어떻게 그리 부어도 터지지 않을 수 있는 겐지,

사람의 피부에 대해 놀라운 시간이라지요.

 

오늘은 농기계 창고를 정리하기로 한 날,

아이랑 소사아저씨는 오랫동안 쓸 일없이 던져둔 경운기며 여러 부품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손이 늘 모자라는 이곳이니 평소에 잘 정리하자 싶어도

그리 되지 않기 일쑤입니다.

이렇게 정리 한번 해두면 일할 때마다 쓰기 더욱 수월한 거야 두 말의 잔소리이다마다요.

 

춤명상 전, 역 앞에 한의원이 있기 아쉬운 대로 들어갑니다.

이런 일에는 양의가 더 나을 것이지만

아무래도 가까운 곳이 낫겠다고.

침을 맞고 가벼운 조처를 합니다.

피도 좀 뽑았는데, 어째 신통찮습니다.

이러다 더 고생하는 건 아닌지.

(밤, 부기가 더 심해졌네요.

낫기 전의 변화인지, 아니면 더 심각해지는 건지.)

 

춤명상이 있었고 함께 했던 박현정님의 근황을 듣는데,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그는 한해 대여섯 차례 외국을 간다지요,

얼마 전 라오스 다녀온 소식을 전합니다.

라오스가 퍽 좁아요.

수도라 해도 자전거로 한 시간이면 족할 걸요.

“우리 선생 하나도 거기 있는데,

코이카로 가 있는 백서현이라고...”

“아!”

만났다 합니다.

하하, 세상이 그리 좁습니다.

그리운 서현샘은 안녕한지.

시간 잘 짜보면 섣달에 라오스에서 볼 수도 있겠다 한답니다.

 

어미가 없는 저녁,

아이는 미역국을 끓여 서울서 내려온 아비며 식구들 저녁 밥상을 차렸답니다.

“오늘 누가 찾아왔어요.”

수원에서 아이 둘 데리고 왔더라지요.

“물꼬 일정을 다 알고 있더라...

춤명상 하시는 날이라 방해 안하려고 조용히 다녀가려고 했다면서...”

학교 들어갈 아이를 둔 부모가 고민하며 그리 돌아보고 있는 모양이데요.

자주도 있는 일이지요.

그렇게 사람들은 곳곳을 찾아다닙니다.

부디 그에게 가장 적확한 공간이 찾아지기를,

또는 방향이 가늠되기를.

 

참, 며칠 전 읍내에서 점심을 먹던 한 날,

보건소 사람 하나가 우리 식구들의 밥을 샀습니다.

뭐 딱히 도와주는 일은 없어도 밥 한 끼는 사고 싶다고,

지난 12월 30일이던가, EBS의 한국기행 영동편 1부에서도 잘 봤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물꼬를 살리는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965 가을 몽당계자 여는 날, 2010.10.22.쇠날. 보름달 떴다가 깊은 밤 비 다녀가네 2010-11-06 1349
964 146 계자 나흗날, 2011. 8.10.물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11-08-28 1349
963 2008. 8. 9. 흙날. 맑음 / 127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8-09-07 1350
962 139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10-08-20 1350
961 12월 8일 물날 흐림 옥영경 2004-12-10 1351
960 6월 21일 불날 낮에 물 한 번 끼얹어야 했던 옥영경 2005-06-23 1351
959 2011. 5.21.흙날. 이슬비와 가랑비 옥영경 2011-06-04 1351
958 2012. 4.13.쇠날. 빗방울 떨어지는 오후 옥영경 2012-04-17 1351
957 2007. 4. 3.불날. 내려간 기온 옥영경 2007-04-16 1352
956 2007.12.13.나무날. 눈비 옥영경 2007-12-29 1352
955 2008.10.21.불날. 아침 안개 걷히고 맑다 옥영경 2008-10-28 1352
954 3월 빈들 닫는 날, 2009. 3.22.해날. 마알간 하늘 옥영경 2009-03-29 1352
953 9월 4일 흙날, 물꼬도 달았다! 옥영경 2004-09-16 1353
952 3월 24일 나무날 퍼붓는 눈 옥영경 2005-03-27 1353
951 4월 18일 달날 여름날 마른번개 천둥 치듯 옥영경 2005-04-23 1353
950 계자 104 여는 날, 6월 24일 쇠날 더운 여름 하루 옥영경 2005-07-08 1353
949 2005.10.12.물날.맑음 / 새 대문 옥영경 2005-10-14 1353
948 2006.5.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6-05-22 1353
947 2008. 1. 31.-2. 2.나무-흙날 / 양양·평창행 옥영경 2008-02-24 1353
946 2010.12. 7.불날. 날 매워지다 옥영경 2010-12-27 135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