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24.나무날. 빗방울 잠시

조회 수 1127 추천 수 0 2012.06.02 10:56:53

 

후덥하더니 그예 빗방울 지나갑니다.

 

지난 주 박탈조각가 소영샘과 박탈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색을 칠하기로 했지요.

아이와 작업을 하는데,

참 신기하지요, 늘 이런 작업을 하고 보면

꼭 자기 모습이 됩니다.

“하다는 엄마 얼굴을, 엄마는 하다 얼굴을 그렸네!”

 갈천샘이며 도열샘이며 지호님이며 두루 그리 말했지만

잘 들여다보니 결국 자신의 얼굴들입디다려.

학교와 가져와 공부방에 걸었지요.

 

갈천샘이 맛난 점심을 사주셨습니다.

아이가 노래하던 들기름도 장에 나가서 구해다 선물해주셨지요.

지난 주엔 소영씨가 차를 사더니...

늘 받는 게 이리 많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쏟아지는 졸음에

잠시 휴게소에 들어 잠깐 눈 붙였습니다.

수행모임이 끝나고 그 여운에,

혹은 싸 짊어지고 간 일로 번번이 잠이 더디지요.

“잘 잤어? 달게 못 잤구나. 잘 자면 기분좋게 웃는데...”

일어나니 아이가 곁에서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럽니다.

강보에 싸여있던 아이를 들여다보던,

그 아이 어린 날이 생각났지요.

그 아이 자라 이제 어미를 보고 있습니다요.

아, 세월이여!

 

읍내에서 일도 보고, 장보기,

주말 사흘의 빈들모임을 앞두고.

“술도 사야할까?”

곁에 있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대학생들이 어디 가면 그건 꼭 챙기지 않을까?”

일단 사지 않기로 합니다.

마침 저장고에 있는 술이 좀 있기도 하고.

필요하면 면소재지까지 사람을 급파하지 뭐, 한다지요.

 

먼지풀풀이 있는 날.

주로 흙날 오전에 하는 일이나

이렇게 빈들모임이나 주말 행사가 바로 앞에 있으면

그 전날 식구들이 구역별로 자기 일들을 찾아합니다.

소사아저씨가 먼저 맡은 공간을 치우고

읍내 일을 끝내고 들어간 아이도 어미도 이어 했지요.

 

한 고등학교의 위탁교육 건으로 통화가 길었습니다.

마침 그 아이, 초등 때 물꼬 계자를 다녀간 아이입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2005년께던가요,

동생이랑 왔더랬는데, 동생이 누나처럼 챙기던 아이.

그 아이 자라 벌써 고 2.

어머니도 포도철에 방문자로 사흘인가 왔더라나요.

저랑 마주하진 않았지만,

(당시엔 제 얼굴 보기 힘들었지요, 하하. 공동체 식구가 많았던 때라...)

물꼬를 잘 느끼고 가셨더랍니다.

달날 들어오기로 합니다.

부모님이 같이 와서 얘기 더 나누기로 하였지요.

 

극도의 피곤이 몰려옵니다,

물날과 나무날마다 오랜 운전에다 활동 강도도 만만찮아.

그래도 바느질을 좀 하며 명상하고 자지요.

그냥 눕는 것보다 외려 개운하게 푹 잘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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