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7. 나무날. 맑음

조회 수 1026 추천 수 0 2012.06.12 10:30:57

 

 

고마운 날씨입니다, 흐린다고도 하고 비가 온다고도 하더니

이불 빨래 잘하라고 흐릿한 아침이더니 이내 짱짱합니다.

몇 날을 이불 빨래 중입니다.

6월 빈들모임 준비랍니다.

이불 수선도 하지요.

퍽도 낡은 이불들입니다.

아이 옷도 꿰매지요.

어미가 없던 어느 때 아이는 찢어진 바지를 저가 꿰맸다더이다.

찢어진 것 그냥 밀쳐둘 만도 하지만

그거 아니면 옷이 거의 없으니 별 수가 없었던 게지요.

사람이란 게 다들 어찌어찌 그리 살아들 간단 말이지요.

 

오전, 소사아저씨와 류옥하다는 달골 컨테이너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포도농사나 콩농사를 한창 짓던 시기

농사에 필요한 것들이 죄 들어가 있던 곳입니다.

이리저리 뒤집혀있는 걸 보고도 거기 한번 들어서기 쉽잖더니

여러 번 마음먹어서야 비로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만 하려던 계획이나 언제나 넘어버리는 시간이지요.

일상의 일이 그러합니다,

하다보면 눈에 보이고 또 보이는.

허니 늘 계획한 것보다 두 배는 더 걸리더라 하고 그 두 배를 계산하면

다시 또 그 두 배로 일이 보이는 거지요.

오늘도 그렇게 오전을 다 보냈도랍니다.

 

읍내 나갔다 옵니다.

독일·스웨덴으로 가는 동안 비울 부엌을 위해

밑반찬이며 해서 냉장고도 채워야 하니 장도 봐야했고,

단식을 끝내고 회복식 나흘을 맞은 후배를 위해

가까이 사는 선배가 건너와 죽을 사주기로도 했습니다.

식구들을 위해 빵도 사서 실어 보내주었지요.

참 많은 사람들이 살리는 제 삶이고, 그리고 물꼬입니다요.

 

, 아이는 어미가 독일·스웨덴을 다녀올 동안

그 사이 한 주를 남도 어디 가서 손을 좀 보태기로 했습니다.

말이 일을 도운다지만 어쨌든 아이가 가 있을 것이니

이래저래 맘이 쓰일 테지요, 먹기는 또 좀[조옴] 먹어야지요.

하여 늦도록 반찬을 마련합니다,

식구들 먹을 것도 준비도 해두어야 하고.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을 해를 걸러 읽었습니다.

좋았습니다.

멀지 않은 시인이 김사인의 같은 시집을 읽고 써둔 글을 오늘 발견했지요.

얼마 전 보내온 시집 <구석>에서였습니다.

 

   김사인 시집 좋다야. 죽어라고 붙들고 늘어져서 나처럼

애면글면 세공해 보이지 않고도, 아무렴, 무정세월의 뒷

골목에선 듯, 건달기 서린 휘파란 소리인 듯, 툭툭 건져

올린 튼실한 속엣말들의 행간과 너비. 그런 풍경의 깊이’,

함지박에도 퍼온 됫박 소금이라도 되는 양 더퍽더퍽 마음에

들려두던 김사인의 시들은, 늦은 버스 칸에서 마주친 듯한

어린 오뉘 이야기의 대목쯤에 이르면, 난데없이 알딸딸해지던

오랜만의 아코디언 음계 한 구절을 가뭇없이 떠올리게도

해주어서, 성우야, 나도 그렇게 건들건들한 걸음걸이의 제법

까진 독자 한 사람이 되어서는, 직접 한번은 사인 받으러

가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김사인 시집.

 

; 정윤천의 김사인 詩集가운데서

 

죽어라고 늘어져서 애면글면 세공하는 시인도,

무정세월의 뒷골목에선 듯한 시인도,

좋습니다, 다 좋습니다.

좋은 스승들입니다.

시가 쓰여 질 것 같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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