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아, 무겸아, 형찬아!”
아침수행 뒤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전나무 그늘 아래 모래놀이터에 난 풀을 뽑자 했지요.
아이들도 그리 일로 아침을 열었더랍니다.
계자에서 밥바라지하는 이들이 잘 쓸 수 있도록
고추장집에 습을 없애기 위한 연탄불,
삶에도 그런 습기들이 배고 곰팡이 피고,
그러다 거풍도 하고 말려내는 일들의 반복,
그렇게 존재들의 삶이 이어가는 것일지니.
간장집에도 장작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이 더위 속의 불앞이라도
불이 주는 정화의 기능은 바래지 않지요.
집안에 생긴 우환으로 마음이 눅눅하다 못해 짜면 물 흐르겠더니
좀 말개집디다.
소사아저씨 예취기 돌리고,
때가 되면 아이들 밥을 해먹이고,
152 계자에 올 부모님들과 통화도 하고...
kbs ‘생생정보통’의 류옥하다 편 2부 촬영은
결국 이틀로 끝낸다던 것이 사흘에 이르고
그것도 점심까지 계획했던 것이 결국 4시에 이르러서야 끝났습니다.
간밤에 전해들은 끔찍한 소식에 당장 멈추고 싶으나
내 삶이 까마득하다하여 남의 일을 그르칠 수야 없으니,
가는 걸음까지 마음을 모아보기로 합니다.
하다는 돌아가는 PD에게
붓글로 생생정보통 500회 축하인사를 전했지요.
8월 16일 나무날 방영 예정.
천지개벽할 일 앞에서도 우리는 밥을 입에 넣고
온 기운이 다 빠져나가 퍼석거리는 몸으로도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게 사는 일일지니.
어미를 잃어도 때가 되면 밥을 챙겨 먹어야 하고,
후레아들이 저지른 엄청난 일을 앞에 놓고도 닥친 일을 해야 하고,
사는 일이 참 짠합니다.
저만 해도 의미 있다고는 하나 만만찮은 산골살이의 결과가
터무니없는 일들 앞에 놓이기도 하고
머리만 키우는 공부를 않겠다고 한 것이,
일하며 살면 건강할 줄 알았건만,
되려 다른 방식의 불구가 되기도 하고,
적어도 남의 가슴 못질하는 일은 없어야지 하지만
내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그런 결과가 우리 앞에 놓이기도 하고.
그리하여 이 따끔거리는 곳이 가슴이구나 하고
망연해하는 사람의 일들이라니.
사는 일이 참 멀고 깁니다요.
“옥샘, 배고파요.”
“옥샘, 수박 주세요.”
어제 오늘 아이들이 있어 참말 다행인 순간이니이다.
파닥거리는 은사시나무의 잎처럼 저 재잘대는 존재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