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목, 목요일이다. 내 어릴 적 추측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산에 가는 날이 목요일인 이유는 산과 나무는 정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새끼일꾼 해인의 하루정리글에서)

 

산이 좋습니다.

그곳을 아이들과 오르는 일이 좋습니다.

그저 좋은 걸 넘어 더한 것들이 있어 좋습니다.

언제나 처음 같고 언제나 아주 오래 익어온 일 같은 산오름이 좋습니다.

아이들과 산에 오르는 날입니다.

며칠이긴 하나 그간 몸과 마음을 다져왔던 터입니다.

 

5시 밥바라지 샘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늘처럼 6시 샘들이 김밥을 쌌지요.

엊저녁 말벌에 쏘였던 새끼일꾼 수연이 다행히 말짱해졌습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희중샘이 밤을 새워 서울서 내려왔습니다.

산오름이야말로 계자의 절정이지요.

그 시간 손이 더 필요한 걸 수년의 경험으로 저가 잘 알기에

저버리지 못하고 내려와 김밥을 같이 쌌네요.

‘이번에는 가방 싸매는 시스템이 바뀌었는데 번호 별로 체크 하고 무엇을 싸야 되는지 메모가 되어 있었기에조금 더 수월했습니다.’(희중샘)

그 상황에 맞춰 우리는 변합니다.

그게 물꼬입니다. 고여 있지 않지요.

그래서 물꼬는 강합니다요!

 

6시 30분 아이들을 깨우고

7시 아침을 먹고

7시 30분 복장검사.

이런! 한결이가 샌들을 신고 나섰습니다.

큰일 날 뻔했지요.

새끼일꾼 류옥하다가 데리고 가 물꼬 신발을 챙겨 신깁니다.

“어, 그런데 옥샘은 안가세요?”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은 걸 보고 아이들이 묻습니다.

“응. 저번 산오름이 너무 힘들었거든. 학교도 지켜야지.”

“제가 지키께요. 다 때려 잡을 게요.”

우리의 석영 선수,

함께 있는 동안 순간 순간 그리 우리를 유쾌하게 했던 친구입니다.

아이들 먼저 마을길 내려 보내고

혹 있을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차를 가져가야 하니

여유가 좀 있는 게지요.

행여 빠뜨린 게 없나 돌아보고 학교를 뒤로하고 나섭니다.

 

대해 들머리에서 무사히 버스에 오르고 물한계곡 주차장.

준우는 내내 희중샘 곁에서 쫑알거립니다.

“예전부터 알고, 제일 친한 선생님이 희중샘인데,

어디 다녀오셨어요?

이따 갈 때 같이 올라가요.”

무겸, 첫 번째 계자보다 이번 계자가 더 재밌다 합니다.

그런가요?

아무래도 수가 더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고,

큰 아이들이 챙겨 같이 노는 즐거움도 컸겠고,

놀아보니 놀 줄 알아서도 그렇겠고,

여름에 온통 풍덩 빠진 모두의 신명 덕도 있을 테고...

 

주차장에서 산 초입으로 향합니다.

아이들과 오르는 산은 늘 비장해지지요.

아침, 하필 간밤에 본 시 한 편이

죽은 자를 기리는 요령에 대한 시였더랬습니다.

주차장은 비었고,

비 온다 하였고,

날 꺼무룩하고,

아, 까마귀는 어찌 그리 깍깍거리던지요.

꿈자리도 뒤숭숭.

게다 오는 길을 다른 길로 잡자는 우리들의 모험심도 한 몫.

긴장을 더합니다.

 

우리들에겐 숙제가 있는 날이지요.

많고 많은 걸 두고 왜 굳이 하루를 다 들여 산으로 가는 걸까요?

윤호 왈,

“산이 대답해 줘.”

그래요, 산에 가면 산이 대답해줄 겁니다.

 

시작점.

‘쌤들은 배낭을 메고 가고 애들은 몸만 갔다. 진짜 부러웠다. 정말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만약 내가 배낭을 갖고 갈 필요가 애초에 없었다면 가방을 안 드는 것에 대해 그냥,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배낭을 매봤으니까 안 드는 게 감사한 일이란 걸 아는 거지.’(새끼일꾼 예슬)

골 깊고 스민 이야기도 많은 이곳,

이번에 우리의 산오름과 함께 하는 이야기는

<바람을 탄 소년>입니다.

이 산 아래 마을에 홀로 사는 아저씨가 있었더랍니다.

그 아저씨 몸까지 아파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어

산으로 들어가지요...

아저씨는 어찌 되었을까요?

 

산, 남의 집을 방문하는 자의 예의에 대한 이야기,

서로 간에 갖춰야할 태도,

그리고,

“저보다 앞에 가면 김밥이 사라지는 마술을,

희중샘보다 뒤에 오면 팥빙수가 사라지는 마술을 볼 것입니다.

기대되면 그리 하시길.”

맨뒤 희중샘 곁으로 가람이와 혜준, 새끼일꾼 성재가 오릅니다.

“선생님, 무서운 이야기 해줄까요?”

혜준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줍니다.

그러다 제 얘기가 고갈되자 성재를 조릅니다.

“오렌지 아저씨, 무서운 이야기 좀 해주세요.”

싫다는 성재에게,

“아아아아앙앙...”

그 애교를 누가 당하려나요.

결국 이야기를 지어야했던 성재.

‘혜준이라는 아이.. 애교 많고 집에서도 이쁨을 많이 받겠구나...

나도 저런 딸을 낳고 키우고 싶다.’

그런 생각들었다는 희중샘.

처진 아이들이 몇 보였겠지요.

“나보다 늦게 오르면 팥빙수 없다!”

아주 뛰어가는 아이들,

팥빙수의 힘은 위대하였습니다!

 

1지점에서 사탕을 가지고 기다린다 했지요.

그리고 다음 이야기로.

그 아저씨가 동굴에서 피를 흘리며 자신을 치유하는 사슴을 만납니다.

그리하여 자신을 치유하는 법도 배우는데

어느 달 밝은 밤,

멀리서 그 달빛을 지고 나타난 소년 하나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지점에서!”

현진이, 선병샘한테 사탕 받으셨냐 묻더니

안 받았다 하자 받아다 줍니다.

칭찬에 민감하여 착한 아이로 너무 눌리는 건 아닐까 자주 눈여겨보지만

아닙니다, 저 아이 품성이 그러합니다.

마음을 쓰는 일에 늘 빠른 아이.

 

‘그동안 웃고 떠들고 장난만 쳤지... 꿈이 뭔지 어떻게 사는지 고민이 무엇인지 등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선병샘)

산오름은 그렇게 우리에게 새로운 한 세계를 열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유진 용균 정윤이 동행하고 있었는데,

유진이가 다른 이들과 소통할 때 자기 얘기에만 빠져 있는 순간 여러 번,

그것에 대해 정윤이가 핀잔을 주자

용균, 친구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니라 유진이를 두둔해준 일 있었습니다.

정윤이가 잘 못 받으면 어쩌나 싶더니 그도 잘 받고,

용균이도 그런 이야기가 친구를 향한 비난이기 쉬운데 잘 헤아리면 말하고.

예,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보다 늘 낫습니다요.

 

2지점으로 향하는 길,

우리는 커다란 바위를 뚫고 한 둥치 오른 나무를 봅니다.

힘은 그런 겁니다,

사실 일 것 같지 않은 일도 그 힘으로 일어나는.

제 빠른 걸음을 바짝 좇으며도 끊임없이 종알대며 아이들,

“옥샘, 가방 갖고 싶다.”

그건 옥샘 가방에 부스터가 있다는 소문 때문.

그래서 옥샘은 저리 가벼이 날듯이 가는 거라는.

산오름의 쏠쏠한 재미는 그런 자잘한 상상과 이야깃거리들이 함께 해서 더하지요.

해찬이는 태우샘의 가방을 들어줍니다.

계자 2주를 내리한 태우샘, 마침내 주저앉다시피 했는데,

괜찮냐고 힘내라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던 해찬.

산은 그렇게 아이들이 어른들을 격려하며 오르도록도 해줍니다.

“내 깊은 걱정이 뭐라고?”

“샘들요!”

가람이와 도영이는 새끼일꾼 수연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애고 어른이고가 없는 산오름입니다.

새로운 관계들을 만나는 장이기도 하지요.

수연이 민석이랑도 많이 친해졌다지요,

우리 모두 안에서 스치기만 했던 이들과

그리 새로이 또 만나고 있었지요.

 

2지점.

우열, 윤호, 현진, 무겸이 바짝 따라 붙어 먼저 닿았습니다.

현진, 축구를 하며 아이들로부터 바람돌이라 불리는 그 아이.

몇 차례 온 경험은 이곳에서 알차게 잘 보내는 법을 알지요.

차곡차곡 그리 알곡 챙기듯 하고 있습니다.

밥바라지 하는 엄마랑 같이 왔던 지난 해 여름엔

아무래도 직접 만나는 지점이 옅었던 윤호는

지난 계자에서 엄마 없이 처음 물꼬랑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 더 가까이 눈을 볼 수 있었지요.

처음 왔던 때는 같이 온 형아의 그늘 아래 있던 우열이,

이번엔 저리 홀로 확 앞서며 물꼬의 날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도 올랐던 산을 또 오르는 무겸,

다시 가느냐 묻지 않고 가는 건가보다 하고 오르는 그 아이,

그것도 더 신나하며 말이지요.

 

3지점.

“그런데, 그 소년이 지난 계자에서 얘기한 해를 삼킨 그 소년이었거든.”

이렇게 앞 계자와 뒷 계자가 이야기를 통해 이어지고...

어딘가로 사라졌던 앞 계자의 소년은

그렇게 바람을 타고 아저씨 앞에 나타났던거이였다!

소년은 아저씨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걸까요?

아저씨는 산을 내려가 공동체를 꾸립니다.

함께 노동하고 그 생산물을 사이좋게 나누며

나머지 시간은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니까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을 실현하는 이야기.

그때, 누구였지요?

“옥샘도 그 공동체 사람 가운데 하나였던 거예요?”

오, 이 촌철살인!

 

정상.

산은 구름을 가르며 저 아래 세상을 보여주지요.

이번 여름은 앞 계자도 그러하더니

우리들 산꼭대기 닿자 감춘 아래를 기다렸다는 듯 그리 열어 보여주었습니다.

고마운 하늘.

힘겹게 올라 그 경치를 못보고 오자면

그만 맥이 풀리기도 쉬울 걸.

새끼일꾼 예슬,

유선이랑 가현이랑 준우랑 같이 가며 많이 힘들어했는데

산 위에서 물었더랍니다.

“지금, 이제 와서 보니까 안 힘들지?”

끄덕끄덕.

그 풍경 앞에서 누군들 뿌듯하지 않을지요.

우리의 예슬 선수, ‘사는 것도 그렇겠지.’ 합디다.

유진, 김밥과 오이를 같이 먹으니 정말 맛있다며

이 순간도 언제나 그랬듯 진지하게 말합니다.

“옥샘, 김밥 정말 맛있어요.”

어디 승훈이만 그랬을까요.

아침에 한 조각 얻어먹었던 건호,

“아침에 먹었을 땐 맛이 없었는데, 지금은 맛있네!”

아무렴요.

그 와중에도 우리의 정윤선수, “토끼는 언제 잡아요?”

잡지요, 보이면,

다만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때 앞에 다가온 준우,

“옥샘, 정말 그 부자가 부서져 잠자리로 온 걸까요?”

옛 이야기에 흠뻑 빠진 아이들.

이야기 가운데 한 부자가 잘못산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잠자리로 환생하여 눈 부라리고 사람들을 교화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가 있었더랬거든요.

아 글쎄, 이야기가 될라고

민주지산 정상엔 잠자리 무수히, 무수히도 날았거든요.

 

우리들이 다리쉼을 하며 풍경에 감탄하며 김밥을 오물거리고 있을 적

어떤 아저씨 하나 맞은 편 각호봉 쪽에서 올라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건네니 대뜸 혹 자유학교 물꼬에서 왔느냐 물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알지요?

세 차례 민주지산 올랐다고, 언론에 소개되었을 때 봤다고,

어느 한 때는 물꼬 아이들을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오호...”

신기해하는 아이들.

 

그 꼭대기에서 용균이가 앞으로 와서 했던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게 했습니다.

“옥샘, 옥샘은 산도 잘 타고... 힘이 느껴져요.

무섭진 않은데... 지나가면 파워가 느껴져요.”

그러한가요, 그런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아이가 순간순간 느끼고 말하는 그 결이 너무 놀라웠던 거지요.

아이들이 사람에 대해 갖는 소름끼치도록 선명한 그 결 말입니다.

때로 두려울 일입니다.

하여 아이들 앞은 늘 긴장을 요하지요.

 

‘서로 서로 도와가면서 올라가는 아이들의 모습과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아이들의 모습이 빛이났다. 내가 생각하는 산행의 주목적은 ‘together’이다.’(새끼일꾼 수연)

‘2지점에서는 산행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픈 몸을 이끌고 정상을 밟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들과 샘들이 걱정되는 건 물론이고 희중샘의 막강한 지원으로 인해 나태해지기 싫어서도 있지만, 그만큼 물꼬의 산오름에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언가 나무숲을 뚫고 정상에 오르는 순간 눈앞에 정말 손에 닿을 듯 펼쳐지는 하늘과 수없이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에 의한 시각적인 감동뿐만 아니라 이 순간을, 이 감동과 이 감격을 동료들(새끼일꾼과 품앗이)과 그리고 저보다 작은, 저보다 여린, 그리고 보나마나 저보다 힘들어했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내적인 기쁨 덕분인 것 같습니다.’(태우샘)

 

새로운 길을 타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바위 많고 그루터기 많고 꺾임 많고 비탈 많은...

학교 마당에는

팥빙수와 김 오르는 옥수수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 아침 일찍 희중샘이 오셔서 산 타는데 도움을 주셨다. 정말 저번엔 아이들 들여보내는데 도움을 주시기 위해 오시고 바쁘신데 이번에도 또 오셔서 도움을 주시니까 정말 고마웠다. 산을 올라갈 때 나는 원래 위치가 중간 뒤였지만 사실상 맨 뒤에서 희중샘과 애들을 올라가는데 도와주었다. 진자 짐을 들고 맨 뒤에서 애들 어리광 엄살 다 받아주면서 가니까 힘들었고 짜증도 났는데 희중샘은 끝까지 화를 내지 않고 아이들을 잘 타일러서 올라갔다. 나는 중간중간에 짜증도 내고 힘든 기색을 보였는데 희중샘의 그 노력과 능력을 본받고 싶엇다. 나라면 1시간 자고 서울에서 영동까지 와서 산을 오른다고 하면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희중샘이 물꼬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의지, 노력을 정말 본받고 싶었다.’(성재)

그렇게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감동으로 물꼬가 가고

그렇게 자란 이들이 물꼬의 나날을 또 밉니다.

‘잠이 많이 부족해 처음에는 비틀비틀거리면서 힘겹게 산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쫑알거리는 아이들의 유쾌함과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행동들이 계속 나를 올라가게 해주었습니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익숙하면서도 항상 신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이 너무나 멋졌습니다. 산에서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고 물꼬에 돌아왔을 때부터 약간 아쉬웠습니다. 산행 후에는 정리하고, 아이들 씻기고 할 일이 많은데 좀 제대로 손발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보이는 대로, 아는 대로 역할을 분담해 일을 하려고 했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나의 미흡한 점에 대한 반서오가 나의 윗세대의 일꾼들이 어떻게 나를 가르치게 되었나 깊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거쳐 물꼬에서 필요한 일들이 정말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한데모임이나 대동놀이 시간에 나이 어린 새끼일꾼들이 쌤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도 다른 계자 못지않게 움직여 주고 아이들과 함께 흥겹게 놀아주어 참 고맙고, 대견했습니다.’(새끼일꾼 인영)

우리가 그렇게 성장합니다.

그래서 계자는 아이들의 계자일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계자이고 어른들의 수행 장이란 말이지요.

 

‘아이들이 이렇게 귀여운 줄 몰랐다. 설거지에 끝까지 남으며 아이유 노래를 같이 부른 가람이, 연극놀이 시간에도 천지를 모르고 ’강남스타일‘하는 건호, 하다형 최고! 라며 졸쫄 따르고 많은 활동을 같이 한 은평구 친구들. 특히 머리 긴 동지, 성장재 ’탄탄‘을 먹는 석영이(아, 딱 새끼일꾼 맛을 들였다.)

중간에 샘들이 가셔서 많이 걱정했는데 다들 열심히 끝까지 함께 활기차게 해주셔서 계자가 참 편했다. 다만 내 처음 새끼일꾼 계자인데 약간 눈치없게 행동한 것과 누나들은 일을 많이 하는데 많이 일하지 않고 덜 성숙된 듯한 모습은 약간 마음에 걸린다.

처음에 사람들이 계자를 하면 많이 배우고, 훨씬 성숙하게 된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엔 달라진 게 없지만 내 한계를 느끼며 잘난체를 반성했고, 인건이형, 성재, 인영이 누나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리했다.

이 아이들, 샘들, 꼭 다시 만나고프다.

아! 산오름... 역시 물꼬의 저력, 새끼일꾼으로 일하니 물꼬를 다시 보게된다. 어찌 어른 셋으로 40명(* 아이들과 새끼일꾼)을 끌고 가는지... 아이들이 힘들어하면서도 재밌어하는 모습, 나만을 보다 아이들을 보니 내가 우물 안 물고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참, 진실로 좋은 계자였다.

물꼬, 꼭 살아있으면 좋겠다.’(새끼일꾼 류옥하다)

이 안에서 오래 살았던 아이도

더 넓은 세상을 또 만납니다.

우리는 늘 그 자리에 살아도 새로운 세상이 그 안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의 일을 모르는 거고, 그래서 사람이 또 사는 겁니다.

 

한데모임.

숙제검사를 합니다.

우리는 산에 왜 올랐던 걸까요?

자연과 하나 되라고,

거친 산에 사는 존재들을 보며 배우라고,

함께 하라고,

힘을 내라고,

좋은 공기 마시라고,

재밌으라고,

풍경 보라고,

체력을 기르라고...

‘한데모임에서 애들이 말한 모든 게 우리가 민주지산을 간 이유라 생각한다. “함께” 하는 거에 의의를 두고 가는 것이고, 자연의 기운을 받으러, 체력도 기르고, 힘들 때 서로서로 파이팅해주기 위해 가는 거다. 아, 장자리도 보고. 내가 백두대간을 하며 진짜 느낀 건데 다 지나간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건 그때 뿐이지 그냥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다보면 벌써 이렇게 앉아있다. 남들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귀를 보고 깨우쳤을 때 나는 몸으로 직접 배웠다.’(예슬)

 

그리고 고래방으로 가서 걸기도 건 강강술래.

‘서로 손 꼭 붙잡고 어울려 한판 놀며 서로의 정이 더욱 진하게 전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내 마음도 따뜻했다.’(수연)

그 찬란함을 어찌 다 옮길 수가 있을지요.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합니다.

그런데, 따로가 아니라 같이 놀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를 만듭니다요.

 

이어 우리는 바닥에 철퍼덕 앉아 지난 닷새를 갈무리 하였습니다.

즐거움들, 아쉬움들, 고마움들...

그리고 장작놀이.

아주 산마을이 들썩들썩.

성재 도영 해찬의 퍼포먼스가 돋보였고,

아이들 하나하나도 못잖았지요.

 

감동...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입니다.

1994년 여름부터였으니 적지 않은 세월을 계자를 했고,

숱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예쁜, 마치 처음인양 빛나는 아이들이라니요,

이렇게 자랑스런 아이들이라니요.

늘 여름 오고, 늘 계자를 해왔지만,

아주, 아주 아주 특별한 여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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