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20. 달날. 비 많은 아침

조회 수 875 추천 수 0 2012.09.11 06:32:25

 

 

세상이 그러하니 날씨도 그악스럽다 싶은 요즘입니다.

가마솥방에 때늦게 파리가 많습니다.

소사아저씨 열심히 잡고 계셨습니다.

 

아이는 기차 태워 내려 보내고,

어제 서울서 오는 길에 군포에 들렀습니다.

나이 스물을 함께 했던 선배들,

이제 중노인들이 되어 있습니다.

자주 나이를 잊습니다.

선배들이 예뻐하던 발랄한 스물인 줄 착각하기 잦습니다.

성장이 거기서 멈추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신만 남고 시간은 먼 미래로 떠나왔던 것일지도.

선배가 낸 여러 권의 책 가운데는 얼마 전 나온 동화도 있었습니다.

“어!”

가만 보니 삽화가 이름이 익습니다.

“이 친구 몇 살이야?”

서른 남짓.

“아는 친구 같애.”

청담동에서 두어 해 가르쳤던 이입니다.

계자 원년 멤버들,

아, 그때가 언제입니까.

함께 글을 쓰고 함께 돌아다녔던 마치 또래 같았던 그 시절의 아이들.

그러고 보니 지금도 아이들은 제게 또래친구 같은 존재들이네요.

두 번째 계자로 갔던 충남의 도고산장에서 돌아오던 버스 안을 기억합니다.

그 계자가 이 여름 백쉰셋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그 사이 한 계절에 네 차례씩 하던 때도 있고

무려 달마다 했던 학기까지 있었지만.

격려 문자를 보냅니다.

세상은 좋아서 번호 하나 알아내는 일이 일도 아닙디다려.

그런데, 송신인 이름을 빠트렸던가요.

“혹 옥영경 선생님 아니세요?”

대번에 되돌아온 답문자였습니다.

책제목을 들먹이며 삽화가가 제 아는 이가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그림 잘 봤다, 건필하라,가 전부였는데도.

그 시절 얼마나 많은 선생들이 아이들의 학습에 엮여 있었을 텐데도

이름자까지 바로 짚어내 줘서 고마웠습니다,

존경했다 해서 고마웠습니다.

순간, 제 삶의 은사님들 떠올랐지요.

은퇴를 앞두고 달마다 안부를 물어주시는 선생님부터

퇴임 뒤 간간이 소식 전해오시는 선생님들까지,

어쩌자고 ‘나’는 사는 일이 갈수록 사람 노릇과 멀고 있는 겐지,

안부 한번 올려드리기가 이리 멉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3126 2012. 8.24.쇠날. 비 옥영경 2012-09-11 909
3125 2012. 8.22-23. 물-나무날. 비 오락가락, 그리고 찬 공기 옥영경 2012-09-11 989
3124 2012. 8.21.불날. 흐리고 가끔 빗방울 옥영경 2012-09-11 872
» 2012. 8.20. 달날. 비 많은 아침 옥영경 2012-09-11 875
3122 2012. 8.19.해날. 종일 흐림 옥영경 2012-09-10 984
3121 2012. 8.18.흙날. 후덥하더니 비 한바탕 옥영경 2012-09-10 965
3120 2012. 8.17.쇠날. 굵은 비 가다오다 옥영경 2012-09-10 1106
3119 2012. 8.16.나무날. 장대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12-09-10 1072
3118 2012. 8.15.물날. 멀리 번개. 밤비, 서울은 물에 잠겼다 하고 옥영경 2012-09-09 1031
3117 2012. 8.14.불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12-09-09 980
3116 2012. 8.13.달날. 비 옥영경 2012-09-08 982
3115 2012. 8.12.해날. 길 것 같은 비 옥영경 2012-09-08 995
3114 2012. 8.11.흙날. 갬 옥영경 2012-09-08 857
3113 2012년 여름을 보내며 네게 옥영경 2012-09-04 981
3112 2012학년도 가을학기(9/1~11/30),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2-08-13 1220
3111 153 계자(8/5~8/10) 갈무리글 옥영경 2012-08-13 1526
3110 153 계자 닫는 날, 2012. 8.10.쇠날. 비 옥영경 2012-08-13 1236
3109 153 계자 닷샛날, 2012. 8. 9.나무날. 안개비 아주 잠깐 옥영경 2012-08-12 882
3108 153 계자 나흗날, 2012. 8. 8.물날. 살짝 구름 지난 오전 옥영경 2012-08-10 1426
3107 153 계자 사흗날, 2012. 8. 7.불날. 맑음 옥영경 2012-08-09 114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