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26.해날. 역시 쨍한

조회 수 1024 추천 수 0 2012.09.11 06:36:14

 

 

비를 건너가는 주말, 대해리는 흐렸더라는데,

남도는 쨍한 하늘이었습니다.

소사아저씨는 볕과 바람을 바래러 문을 열고 닫는 종일이었더라 합니다.

그러고 보니 물꼬의 문은 많기도 하지요.

고추장집 방에 널린 고추를 돌보고

잠깐의 볕에 고추를 평상 위에 내다 널기도 하셨답니다.

아, 남자 방 천장 너덜거리던 한 칸이 그예 떨어져 내렸습니다.

바람 숭글지 않게 날 맑으면 손봐야겠습니다.

 

남도행 이틀째, 거제도에서의 새벽.

지난 10여 년 신선도를 공부하는 한 부부가

이곳에 작은 궁 하나를 만들기 위해 바친 시간을 봅니다.

엊저녁에 이어 열도 넘는 이들의 밥상을 차려낸 이들,

사람 모이면 아니 먹을 수도 없고...

모두 통영으로 이동합니다.

뗏목 ‘발해 1300호’의 달아 장철수 대장의 산소.

벌초를 하고

절을 하고

누구는 예쁘다고 쓰다듬던 개에게 손목이 물리고,

누구는 면역력 저하로 두드러기가 나고,

제에 쓸 밤이 있다든가 없다든가,

어제 부산의 임현규 대원 산소에서 헐은 봉지의 대추를

새 걸로 봐야한다든가 상에 올린 걸로 봐야한다든가,

사는 일이 그리 부산합니다,

삶이 그러합니다.

 

다음, 수산과학관 앞의 발해 1300호 기념탑.

그곳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다시 되새깁니다(혹 몇 가지 더 있었을지도).

첫째, 발해 1300호의 항해를 왜 성공으로 보아야 하는가?

발해 1300호가 좌초한 일본 오키시마 도고(島後) 후쿠아라(福浦)항은

‘독도 지킴이’ 안용복이 일본의 울릉도·독도 침탈에 항의하러 두 차례나 입항한 곳.

발해 사절의 일본 도착지는 열도 혼슈 최북단부터 쓰시마까지 부챗살처럼 넓은데,

일본은 발해사절을 접대하기 위해 오키섬 후쿠아라에 객관을 설치,

왜냐하면 사절이 일본에 올 때면 자연스럽게 배가 거쳐 가던 길목이었으니까요.

하여 비록 뗏목이 원래 목적지로 두었던 성산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좌초했더라도

발해 항로를 그대로 탔다는 점에서 항해는 성공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이 기념탑의 방향일지니,

작가가 물었더랍니다, 기념탑을 어느 방향으로 놓을까 하고.

이곳의 옛 지명이 ‘갈마’.

갈마가 무엇인가요, 갈마바람입니다.

갈바람과 마파람을 더한 말, 그러니까 서풍과 남풍,

다시 그러니까 서남쪽을 뜻하는 말.

기념탑에서 서남쪽이라면 부산과 시모노세키 간 항로.

일본을 향해 서슬 푸르게 있다는 뜻 아닐지. 

 

갈 길들이 멉니다.

날은 어제보다 더 더웠으면 더웠지 덜하지 않고.

우리 또 언제 볼지요.

먼저 떠난 의로운 이들이 사람 노릇할 기회로 불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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