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밥상을 물리고 아이랑 마을길을 걸었습니다.
너른 마당이 있는 집에 사니
마을을 나올 일이 잘 없습니다.
마당 몇 번 건너다니면 어느새 하루해가 지는 일들이라서도
굳이 마을로 나갈 일 없지요.
낮에 학교에서는
뒤란 하수구 물통 안 쓰레기며 풀들을 뽑았습니다.
지난 7월부터 하던 피난살이가
아직도 교무실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간밤에도 찬 기에 잠이 깼더랬지요.
처서 지난 지 한참,
아직도 입이 건재한 모기들의 수선스러움도 잠을 설치게 했네요.
얼마 전에 멀리 방문했던, 청소년교육과 요가하시는 어른 한 분,
물꼬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잘 도착했는지 문자를 남겨도 답 없고
혹 서운케 하지 않았나 심히 염려된다셨지요.
귀한 손님을 잘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송구하다고도.
아이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생각이 짧고 마음이 얕아, 그리고 더딘 몸으로 선생님을 헤아리지 못한 게지요.
힘든 제 처지와 상황에만 허우적거린 게지요.
사는 일이 그리 허랑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이즈음,
죄송하고 또 죄송했습니다.
요새 사는 일이 그러하였습니다.
집안일에서 온 절망과 심한 무기력이 함께 곁을 차지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한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지내기에 집중하던 터,
뭘 할 수도 없었으므로.
그나마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선택해야했던 방법.
영화 <London to Brighton>(폴 앤드루 윌리엄스/2006)
브라이튼, 런던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버스로 2시간,
기차는 빅토리아 역에서 1시간 20분이면 가던가요.
거리의 여자 켈리와 가출소녀 조안느의 만 하루 동안의 기록(?)입니다.
조안느를 돕고 다시 거리로 돌아가는 켈리의 뒷모습.
“<런던에서 브라이튼까지>를 통해 현실감이 뚝뚝 배어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무시되는 세계,
매일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이 생생히 살아나는 세계를 창조하고 싶었다."던 감독은
켄 로치의 사회적 리얼리즘과 마이크 리의 견결한 진실성을 잇는다고 평가받기 충분했지요.
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최진영)이 겹쳐졌습니다.
작고 여리고 상처 입은 것들(사람도)을 모두가 스쳐지나갈 때
그것을 지켜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세상이 아직 건재한 것은
바로 그런 이들이 지닌 ‘사람의 마음’ 때문일 겝니다.
사람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