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바 지나고
무탈들 하신지.
장난처럼 그렇게 멀쩡한 아침이 왔습니다,
그것도 해까지 달고.
우리들 어둔 마음들도 그리 되면 좋을 테지요.
도시로 나갔다가 산골로 돌아오던 어제,
산사태로 길이 끊겨 빙 돌아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아직 물이 요동치는, 산 아래 마을의 아침 개울엔
사과가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아직 풋것인 채로도 바알갛게 익기 시작한 것도 구분 없이,
돈 사자고, 먹자고, 키웠던 것들인데 무심하게 그리.
둑엔 투명한 쪽빛으로 달개비들 우르르 모여 앉아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더냐, 말간 얼굴로.
세상이 태풍으로 뒤집어지는 동안
그렇게 엎드려 제 삶을 또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사는 일이 참 멀고 길다 싶다가도
살아야지, 하게 하는 모습이더이다.
며칠을 땄던 호두를 씻어 갈무리하여
가을볕에 내다 널었습니다.
다시 호두를 털고.
밤 9시에 하기로 했던 달골공사 논의가
(이전 건축 시공자와 이번 공사를 맡게 된 토목업자와 물꼬 측)
저쪽 편의 현장일로 무산되었습니다.
뒤란 축대 옹벽공사에 건물 보수, 포도밭 패어내기,
그렇게 또 일이 밀립니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