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22.흙날. 맑음

조회 수 1034 추천 수 0 2012.10.21 12:35:02

 

 

매달려있던 마지막 포도를 따고,

밤을 줍고,

수세미를 따서 말리고,

어디라도 그럴 것이나 산골도 가을이 한창입니다.

오늘은 추분.

산골 모기는 아직 날아댕기고 있네요.

 

달골 공사 계약.

지난 8월 끝부터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일천 만원도 훌쩍 넘던 애초의 공사비가 세 배나 불어났고

그러고도 추가공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지고 있답니다.

절토는 며칠 전부터 장비가 들어와 진행 중.

벌여놓으니 우즈벡의 돈 가방이 생각납니다.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실래도 돈 뭉치를 줘야 하는 그곳.

몇 천만 원이 장날 나가 사는 찬거리 같어요...

벗이 보낸 글이 생각났지요.

‘아래 남동생이 죽으면서 카드빚을 비롯한 각종 채무와 은행, 카드사, 캐피탈 등

수많은 종류의 빌린 돈과 그 연관기관을 경험하여서’

어떻게든 빚 없이 살고자 한 그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던 그이.

‘조금 창피스럽지만 사실이니까 말씀드리자면

제가 전세금 때문에 적금을 붓느라고 몹시 동동댔었거든요.

그런데 허무하게 다른데 써버리게 되니까

어찌나 신경질이 나던지

친구한테 내 인생 최대의 안티가 집이라며 투덜대기도 하고요,

술도 사서 마시고

대형마트에 가서 뭉텅이로 장도 보고 했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쓰지 않는 코드를 뽑아라는 둥

전기를 줄이기 위한 갖가지 실천이며

장에 나가지 않고 살기가 다 허무해지는 거지요.

그래도 사람들이 살 듯 그리 또 살 터.

 

표일배에 차를 내리다가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오늘은 그예 찾아봅니다.

飄(회오리바람 표) 逸(달아날 일) 杯(잔 배).

표일(飄逸)이라면 뛰어나다, 편안하다, 자유롭다는 뜻이라는데,

편안하게 마시도록 해주는 잔?

 

집안에선 벌초가 있는 날.

늘 물꼬에 사는 일이

명절을 쇠는 일이고 벌초를 하는 일이고 어르신들 생신상을 차리는 일이고

기제를 지내는 일이고...

사람 노릇하자고 사는 일이 어찌 늘 그걸 못하고 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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