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30~10.1.해~달날. 맑음

조회 수 1021 추천 수 0 2012.10.21 12:41:42

 

 

한가위 보름달,

마당에서 정수리에 뜬 달을 올려다보는 밤.

마치 빛이 들어오는 천장 구멍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는 이 세상이 동굴 안일지도 모르지요.

저 너머 하늘에서 달 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일지도.

 

판교에서 친척들과 만난 뒤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도 수월하였습니다.

 

아침수행대신 달리기 며칠째.

달려야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끌어올려야 했지요,

언젠가 탈출할 그 때를 위해 오직 달리고 또 달렸던

시베리아 벌판 한 가운데 감옥에서 버티던 정치수감자들처럼.

그리고 아침저녁 붓명상.

 

이 가을도 배추 대신 고구마줄기김치.

명절을 쇠러 온 이들 앞에

남은 능이로 상을 차리고 닭 한 마리를 잡고.

부엌청소와 이불 빨래들도 하기 시작했답니다.

가을볕이 두터웠습니다요.

 

 

 

THE PEACE OF WILD THINGS

 

                                                                       Wendell Berry

 

When despair for the world grows in me

and I wake in the night at the least sound

in fear of what my life and my children's lives may be,

I go and lie down where the wood drake

rests in his beauty on the water, and the great heron feeds.

I come into the peace of wild things

who do not tax their lives with forethought

of grief. I come into the presence of still water.

And I feel above me the day-blind stars

waiting with their light. For a time

I rest in the grace of the world, and am free.

 

 

 

야생의 평화

 

                                                                       웬델 베리

 

세상에 대한 절망이 내 안에서 자라

내 삶은, 내 아이들의 삶은 장치 어찌 되려나,

두려움으로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 깨는 밤이면

야생오리들이 물 위에서 자태를 뽐내며 쉬고

큰 왜가리들이 자라는 곳으로 걸어가 몸을 누이네.

슬픔을 앞질러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괴롭히지 않는 야생,

나는 그것이 주는 평화 속으로 들어가네.

나는 또 고요한 물의 정적 속으로 들어가네.

그때 나는 느끼지,

내 머리 위로 낮이 가린 별들이 저들의 빛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잠시 세상의 은총 안에서 쉬노라면 나는 자유로워지네.

 

(* 아끼는 후배가 보내온 시. 아직 번역은 없는 모양. 아쉬운 대로 그럭저럭 읽으시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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