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
마당에서 정수리에 뜬 달을 올려다보는 밤.
마치 빛이 들어오는 천장 구멍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는 이 세상이 동굴 안일지도 모르지요.
저 너머 하늘에서 달 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일지도.
판교에서 친척들과 만난 뒤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도 수월하였습니다.
아침수행대신 달리기 며칠째.
달려야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끌어올려야 했지요,
언젠가 탈출할 그 때를 위해 오직 달리고 또 달렸던
시베리아 벌판 한 가운데 감옥에서 버티던 정치수감자들처럼.
그리고 아침저녁 붓명상.
이 가을도 배추 대신 고구마줄기김치.
명절을 쇠러 온 이들 앞에
남은 능이로 상을 차리고 닭 한 마리를 잡고.
부엌청소와 이불 빨래들도 하기 시작했답니다.
가을볕이 두터웠습니다요.
THE PEACE OF WILD THINGS
Wendell Berry
When despair for the world grows in me
and I wake in the night at the least sound
in fear of what my life and my children's lives may be,
I go and lie down where the wood drake
rests in his beauty on the water, and the great heron feeds.
I come into the peace of wild things
who do not tax their lives with forethought
of grief. I come into the presence of still water.
And I feel above me the day-blind stars
waiting with their light. For a time
I rest in the grace of the world, and am free.
야생의 평화
웬델 베리
세상에 대한 절망이 내 안에서 자라
내 삶은, 내 아이들의 삶은 장치 어찌 되려나,
두려움으로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 깨는 밤이면
야생오리들이 물 위에서 자태를 뽐내며 쉬고
큰 왜가리들이 자라는 곳으로 걸어가 몸을 누이네.
슬픔을 앞질러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괴롭히지 않는 야생,
나는 그것이 주는 평화 속으로 들어가네.
나는 또 고요한 물의 정적 속으로 들어가네.
그때 나는 느끼지,
내 머리 위로 낮이 가린 별들이 저들의 빛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잠시 세상의 은총 안에서 쉬노라면 나는 자유로워지네.
(* 아끼는 후배가 보내온 시. 아직 번역은 없는 모양. 아쉬운 대로 그럭저럭 읽으시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