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 7.물날. 흐림

조회 수 769 추천 수 0 2012.11.20 13:21:44
 


달골 햇발동 현관 벽이 눅눅합니다.

이곳 역시도 공사 측에서 위쪽에 물을 잡았더랬습니다.

그런데 누수 현상이 그대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창문 쪽 벽으로 스미는 물도 양은 줄었으나 고대로.

그러면 여태 일한 것이 헛것?

2층 세 곳 발코니를 다 깨고 다시 타일을 붙였는데,

그거 왜 했는가 말입니다

엊그제 굴삭기 고장 났다 부품 사러 갔다가 없다고 돌아와

그 길로 가서는 오늘까지 또 소식 없는 공사 측.

아니, 그러면 굴삭기가 필요치 않은 쪽 일을 봐얄 게 아닌지.


동선이 길었던 오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거기 바다가 있는 언덕 집 다락방에서

새벽 4시를 지납니다.

야삼경을 넘기며 방으로 와

위탁교육생들 건으로 긴 메일을 막 다 보냈습니다.

아침에 대해리를 떠나 남도의 장애아 동물매개치료센터에 들러

동료들을 위해 새참도 챙기고

곧 그곳에서 할 체험 프로그램에 물꼬가 지닌 경험도 나누고

다음은 남도의 또 다른 곳에 들러 수행 스승님을 뵙고

늦은 밤 거제도도 들어온 걸음.

시인이 사는 집. 

비가 오면 그네 어머니는 삽을 들고 논으로 가셨다지요,

물이 넘칠까 봐 물꼬를 터 주시러.

흐름의 길을 그리 만들고 오셨더라지요.

대처로 자식들 공부 바라지를 떠나 산 아래 자그마한 사글셋방에서

콩나물을 내다 팔았다는 그네 어머니,

콩나물에 물주며 자식 가르쳐 세상에 물주는 사람 되라했으나

‘나는 수학을 배워 내게 유리한 건 더하고 불리한 건 빼고

받을 건 곱하고 줘야할 건 나누기 했다’는 시인.


 

바닥에 물건이 떨어져 팔을 뻗었습니다

잡으려 해도 닿지 않습니다

숙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에 뭔가 들어갔나 봅니다

눈을 깜빡였습니다

눈물을 아는 눈동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선반에 커피를 올려놓았습니다

나보다 키 큰 사람이 도와 주셨습니다

어울림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을 봅니다

별이 반짝입니다

침묵을 아는 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조정제 님의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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