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4.물날. 눈 내리고 갠

조회 수 1042 추천 수 0 2012.11.23 11:04:57

 

 

아침까지 눈 나렸습니다.

첫눈입니다.

 

엊그제 모둠방들에 커텐을 달았지요.

어제는 교무실에 쓸 난로도 들였습니다.

가마솥방과 책방엔 진즉에 달았으나

주문한 새 난로가 더뎠던 것.

주말에 기락샘 오면 소사아저씨랑 설치를 할 것입니다.

 

소사아저씨는 요 얼마동안 틈틈이 은행을 주웠고 씻어 건졌습니다.

그걸 우리는 또 간간이 구워먹고 있지요.

계자 아이들도 그리할 것입니다.

곶감처럼 고구마처럼 떡가래처럼

난롯가에서 익어가는 것들이 풍기는 냄새에

겨울 잿빛이 한풀 걷힐 테지요.

 

물주머니의 위력.

호주며 뉴질랜드며 유럽이며 오랜 여행에

물주머니를 내내 들고 다녔습니다.

여름엔 얼음으로 더위를 식혔고,

겨울에 뜨거운 물을 넣으면

특히 침대에서 얼마나 좋은 보온주머니였던지요.

저녁 수행마다 하는 붓명상에서

찬 교실에 아랑곳없이 집중할 수 있음은

역시 안고 있는 물주머니 덕일 것입니다.

무어나 귀한 이곳은 무엇이나 그리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물주머니를 하나씩 안고 하는 붓명상.

 

오후엔 아이들이 옷방의 옷들을 죄 꺼냈습니다.

먼저 여름옷 상자와 장 위의 겨울옷 상자들을 바꾸고

모둠방으로 겨울옷 상자들을 다 끌고 왔습니다.

계자 준비이고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늘여놓고 다시 분류를 합니다.

계절을 지나는 동안 사람들이 쓰면서 어느새 또 섞여있던 옷들.

1차로 저들이 정리하고

내일부터는 제가 붙기로 했습니다.

 

달골을 걸어 오르내립니다.

수련이고 산책이고 수행입니다.

오늘 위탁교육생은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 그리고 난 오늘 손빨래를 했다. 정말정말 너무 많이 간절하게 집이 그립다.

서울 올라가면 집에 박혀있거나 가끔만 애들 만나고 학원도 다니고 하니

나머지 시간은 집에 있을 생각이다.’

집을 나와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아이.

여기서 보낸 날들이 다시 자신의 흐름을 잘 만드는 계기 되길.

 

마감 전 좇아가 우체국에서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사흘 밤을 만지작거린 문건입니다.

그런 절차를 밟아두는 게 좋겠다고 여러 날 생각하고 있었지요.

법적인 효력이야 없지만 정말 상황이 악화된다면

좋은 증빙이 될 것이라 합니다.

공사가 지정한 날까지 완료가 아니 되거나 물이 다시 새면

계약파기로 간주하자, 손 털자던 말처럼 다른 전문가를 찾겠다,

그런 얘기를 확인 차 보냈습니다.

사람 일이 모르니.

 

언제적 메모인지.

교무실 쓰지 않던 책상을 정리하다 한 구석에 떨어진 종이 한 장.

‘전망과 비전을 공유할 동지의 부재,

검증되지 않은 길을 가며 희망만으로 버팅기기 힘들지...’

지금은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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