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5.나무날. 맑음

조회 수 1041 추천 수 0 2012.11.23 11:06:20

 

 

바람이 잦아들고 볕이 두터웠습니다.

살 만합니다.

위탁교육 나흘째.

해건지기로 여는 아침.

 

물꼬의 명품이라는 콩나물국밥.

아이가 얼마나 잘 먹던지.

그럴 밖에. 움직임이 많으니.

오늘은 아이가 해우소에 갇힌 일 있었습니다.

말 안 들어서 가뒀지요,

라고 하면 놀래실 테지요, 하하.

꼭대기의 손잡이처럼 생긴 문고리가

바람에 덜렁거리다 내려왔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가마솥방에서야 들리기 어렵습니다,

겨울이라 문을 다 닫았으니.

다행히 소사아저씨가 지나다 듣고 열어주었지요.

그제는 아이가 지갑을 빠트렸습니다.

건졌지요, 역시 소사아저씨의 활약으로.

5월 빈들모임에서 수진샘은

커다랗고 시커먼 지하세계에 스마트폰을 결국 넘겨야 했더랬는데.

돈이며 사진이며 지갑에 있는 것들 세제에 담갔습니다.

한 이틀은 담가두어야 할까 봅니다.

‘화장실을 갔는데 갇혔었다. 무서워죽는 줄 알았다.

솔직히 걍 과장이고 추운데 계속 있어야 되나... 이 생각이였다.’

 

아이들이 하는 옷 정리에 드디어 저도 붙었습니다.

어제 여름옷 상자와 장 위의 겨울옷 상자들을 바꾸었고

겨울옷들은 모둠방으로 나와 널려 있었지요.

나름 아이들이 무더기들을 잘 만들어놓아

붙는 손도 수월합니다.

계자 닥쳐 하던 일들이라

늘 다른 이들의 손에 맡겨왔더랬습니다.

중간 중간 잠깐씩이야 해왔지만 이렇게 전체적인 정리는 또 처음이지싶네요.

이렇게 해야는 게 맞습니다.

전체를 관장하는 사람이 잘 알기 마련입니다, 그 쓸모들을.

일이 좀 되어갑니다.

그간 두어 차례 대대적으로 했던 정리가 큰 도움입니다.

휘령샘이며 진주샘이며 새끼일꾼 경이,

그리고 청소년 계자에 왔던 이들이 몇 붙어서

여름과 겨울 계자를 앞두고 옷들을 엄청 빼내고 재활용센터도 보냈더랬지요.

지금도 이렇게 교실을 채우겠는데

그땐 정말 엄두를 내기 힘들었을 터.

더구나 넘의 살림살이었으니...

그런 시간들 지나와서 이렇게 일을 덜고, 정리 또한 쉬 되어갑니다.

고마운 이들!

 

“빵 반죽 좀 하거라.”

아이 둘이 마주보고 반죽기가 되었습니다.

햇발동 거실 공사에서 인부들이 오븐을 옮기며 문을 망가뜨렸고

고쳐 달라 여러 차례 요구하고 결국 엊그제 수리.

빵도 구워먹고 싶었지만 더 서두르는 까닭은

공사가 다 끝나기 전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확인해야.

반죽을 들고 달골 오르는데

위탁 아이가 받습니다,

그런 마음 낼 줄 모를 아이 같더니만.

그게 사람의 마음일지니.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발효가 늦네요, 날 이리 차니.

밤을 넘겨야할 듯.

 

“밥이 아무리 맛있어도 집에 가고 싶어요.”

위탁 온 아이는 집에 그립습니다.

그럴 밖에요.

얼마나 편안한 집이겠는지.

여기선 긴 길을 웅크리고 걸어야지, 해우소는 밖이고,

손끝도 까닥 않는다는 집인데 여긴 일도 해야지, 설거지도 해야지...

몸을 써서 하는 공부들이

제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힘이 되고 자극이 되기를.

 

선생들이 요새는 스마트폰이 적이라더니...

여느 때와 달리 그의 의지에 맡겨보았더니

정말 전화기를 안고 살기에 조절을 좀 하였습니다.

어떤 정보를 찾거나 하는 것도 아닌

오직 끊임없이 친구들과 주고받는 문자들,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점심과 저녁 때건지기 시간에 잠깐,

그리고 밤 9시부터 넘겨주고 있습니다.

차츰 차츰 줄여가기로 합니다,

그래야 자연도 보이고 물꼬에도 젖어들고

사람도 보이고 생각도 할 것이니.

 

닭을 잡았습니다.

내일 닭도 삶고 닭죽도 해먹이려 합니다.

이곳 사는 아이가 주에 한 차례 머슴살이를 가서

세경으로 받아와 우리 닭들과 지내고 있던 놈들입니다.

지난번 기표샘과 현권샘 왔을 적 잡았고,

그 나머지이지요.

소사아저씨는 닭똥집을 볶았습니다.

울어머니 오셨을 적 소사아저씨한테 가르쳐주고 가신.

처음으로 맛본 아이,

“젊은 할아버지, 다 먹었어요? 다음에 또 해요.” 합니다.

위탁아이의 하루정리글,

‘...오늘 저녁 때 맛있는거 마니마니 나왔당.’

늘 놀리듯 이 아이도 때마다 맛나게 잘 먹습니다.

“다들 못 먹고 사는 게야, 여기 와서 먹는 걸 보면.”

그렇겠지요, 무엇보다 동선이 얼마나 긴 이곳인가요.

근데 저녁밥상에 뭐가 있었더라,

떡볶이, 오뎅, 브로콜리와 월남국수볶음, 계란말이, 볶은 갓김치...

 

지방사립대에서 교편을 잡는 미국인 벗의 긴급구조요청.

해석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몇 곳에 전화를 넣었고 사태 해결.

그도 곧 서울경기 권으로 떠납니다.

도저히 학생들의 수준에 대한 실망을 감당할 수 없어 해왔더랬습니다.

타인에 대한 예의 없음, 실력 없음, 그런 거.

안타깝습니다.

 

아무래도 더운물이 문제가 생긴 게 맞습니다.

그렇지 않다면야 이럴 수가 없지요.

온수통이 얼마나 큰데 한 사람도 채 샤워를 할 수가 없습니다,

물이 차져서.

공사 측에선 온수통의 문제로 보인다며 보일러공을 부르라는 결론.

끝부터 얘기하자면 오늘 해결!

보일러기사가 출장을 왔고,

결국 공사 측에서 보일러실 밸브를 잘못 만진 걸로 확인되었지요.

우리 온수가 한 부분에서 찬물이 역류하는 특수한 부분이 있는데,

그 밸브를 만진 것.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노라고 그리 강조했던 공사측인데.

출장비를 공사 측에 부담하라 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않겠는지요.

공사는 오늘내일 거의 마무리가 될 참입니다.

거실은 이제 다 덮었습니다. 완료!

그런데, 정말?

지켜보아야지요.

“위에는 다 됐어요!”

달골 끝났다는데,

공사완료시점으로 볼 수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이 필요하겠지요.

새던 거실도 며칠 살펴보아야 하겠고.

기락샘과 자정이 넘도록 달골을 청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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