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3.나무날. 맑음

조회 수 814 추천 수 0 2012.12.25 00:38:34

 

 

날이 좀 풀리고 있습니다.

눈이 조금씩 녹아내립니다.

그래도 워낙에 두툼했던 눈이었던지라 아직도 높이 쌓인 눈.

 

“샘, 참 감사하고 기쁜 소식인데...”

제자이고 자주 벗인 후배의 소식,

언제고 아이가 찾아오면 기쁜 마음으로 맞아야지 했지만

‘미처 마음밭을 돌보지 못한 채’ 아이 소식을 듣고 자꾸 우울이 스민다는.

돌아보면, 아이를 맞았던 한 해, 그리고 젖을 먹이던 일 년이

생애 최고였다 싶습니다.

여기서 방점은 '돌아보면'에 있겠지요,

지나는 시간에는 그게 다 감사가 되진 않는 듯도 하니.

힘이 좀 드니까.

감사라는 게 순간순간이기도 하지만

지나서 찾아올 때가 더 많지 않던지.

그때, 도시 안에서 젊은 친구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더랬습니다.

함께 나눈 시간들이어서 더 행복했습니다.

같이 일하고, 같이 아이를 돌보고, 같이 육아일지를 썼더랬지요.

‘잘 지나갈 거요.

아이를 믿는 게 중요!

그 아이가 길을 알려줄 것임.

그저 따라가 보면 됨.’

그런 답메일을 쓰자 합니다,

태교는 엄마의 사람됨, 이라는 말도 빼먹지 않고.

그저 엄마가 열심히 살 일입니다.

그거면 아주 충분하지 않겠는지요.

 

사실은... 제가 퍽 게을러서

많은 기회를 그냥 흘려보냅니다.

누구는 기회조차 없어서 안타까워하는데

배부른 소리인 셈이지요.

돈을 버는 것도 그 잘난 명예도

자주 제 앞에 다가와 손을 내미는데

그저 게으름으로 손조차 내밀지 않을 때가 흔합니다.

오늘 제법 큰 잡지의 글을 청탁받고

결국 고사하며 안에서 부끄러웠습니다.

초빙교수 건만 해도 그랬습니다.

할려고 들면, 넘들은 기회가 없어 줄을 서도 못한다는데,

석사는 둘째 치고 박사도 자리 얻기가 그토록 어렵다는데,

그런 자리가 다 오는데도

힘에 부쳐 보내버렸습니다.

겨울이라 더한 게다 위로하지만

게으른 건 게으른 거지요.

집중 혹은 중심에 대해 가지를 치는 거라 말하지만,

내 일은 오직 물꼬 일이거니 하지만,

그 물꼬 일이라는 건 또 전방위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무슨 일이나 물꼬 본연의 일에 다 닿아있단 말이지요.

12월은 그러기에 퍽 좋은 달입니다, 마음을 다잡기 말이지요.

지나간 일을 어쩐답니까.

용서할 것.

그리고 새로 시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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