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좀 풀리고 있습니다.
눈이 조금씩 녹아내립니다.
그래도 워낙에 두툼했던 눈이었던지라 아직도 높이 쌓인 눈.
“샘, 참 감사하고 기쁜 소식인데...”
제자이고 자주 벗인 후배의 소식,
언제고 아이가 찾아오면 기쁜 마음으로 맞아야지 했지만
‘미처 마음밭을 돌보지 못한 채’ 아이 소식을 듣고 자꾸 우울이 스민다는.
돌아보면, 아이를 맞았던 한 해, 그리고 젖을 먹이던 일 년이
생애 최고였다 싶습니다.
여기서 방점은 '돌아보면'에 있겠지요,
지나는 시간에는 그게 다 감사가 되진 않는 듯도 하니.
힘이 좀 드니까.
감사라는 게 순간순간이기도 하지만
지나서 찾아올 때가 더 많지 않던지.
그때, 도시 안에서 젊은 친구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더랬습니다.
함께 나눈 시간들이어서 더 행복했습니다.
같이 일하고, 같이 아이를 돌보고, 같이 육아일지를 썼더랬지요.
‘잘 지나갈 거요.
아이를 믿는 게 중요!
그 아이가 길을 알려줄 것임.
그저 따라가 보면 됨.’
그런 답메일을 쓰자 합니다,
태교는 엄마의 사람됨, 이라는 말도 빼먹지 않고.
그저 엄마가 열심히 살 일입니다.
그거면 아주 충분하지 않겠는지요.
사실은... 제가 퍽 게을러서
많은 기회를 그냥 흘려보냅니다.
누구는 기회조차 없어서 안타까워하는데
배부른 소리인 셈이지요.
돈을 버는 것도 그 잘난 명예도
자주 제 앞에 다가와 손을 내미는데
그저 게으름으로 손조차 내밀지 않을 때가 흔합니다.
오늘 제법 큰 잡지의 글을 청탁받고
결국 고사하며 안에서 부끄러웠습니다.
초빙교수 건만 해도 그랬습니다.
할려고 들면, 넘들은 기회가 없어 줄을 서도 못한다는데,
석사는 둘째 치고 박사도 자리 얻기가 그토록 어렵다는데,
그런 자리가 다 오는데도
힘에 부쳐 보내버렸습니다.
겨울이라 더한 게다 위로하지만
게으른 건 게으른 거지요.
집중 혹은 중심에 대해 가지를 치는 거라 말하지만,
내 일은 오직 물꼬 일이거니 하지만,
그 물꼬 일이라는 건 또 전방위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무슨 일이나 물꼬 본연의 일에 다 닿아있단 말이지요.
12월은 그러기에 퍽 좋은 달입니다, 마음을 다잡기 말이지요.
지나간 일을 어쩐답니까.
용서할 것.
그리고 새로 시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