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31.달날. 맑음

조회 수 937 추천 수 0 2013.01.07 16:17:49

 

 

어제부터 눈 멎고 볕 두텁습니다.

그런데 눈도 또한 그만큼 두터웠지요.

며칠을 세워두었던 차가 시동이 켜지지 않기도 하고

차가 미끄러져 사고가 난 이들도 있었습니다.

산마을이 수라장이랍니다.

 

“완전 송구영신 모임이네.”

새해 첫날 민주지산에 들어가서 아침을 맞겠다는 산사나이들이

물꼬에서 하룻밤을 묵습니다.

고숨한 배추된장국을 저녁으로 냈지요.

곡주며 고기며 생선이며 과자며

산마을에서 귀한 것들 실어와 부려주었습니다.

해우소 뒤란 쓰러진 나무를 언제부터 정리한번 해준다더니

정말 그거 하겠다고들 왔습니다.

새 달력과 새 수첩도 보따리로 왔지요,

그거 다 귀한 줄들 또 아시고 챙겨온.

 

밤이 깊자 난롯가에 앉아 지난 한해를 돌아보던 마음들이

영하 16도 마당으로 불려나갔습니다.

별이, 달이, 맑은 겨울 밤하늘이 우리를 불렀지요.

마당에 불을 피우고 곡주 기울이며 자정을 기다렸습니다.

인교샘네가 준 화로.

역시 그가 준 야외용 의자들도 모두 나왔지요.

쓰고 있으니 고마운 마음 또 입니다.

 

새해맞이 예(禮)가 있었습니다.

시계가 자정에 이르자 여섯이 모여 서른세 차례 종을 쳤지요,

절집에서 108 번뇌를 종소리로 울려 깨닫게 하던 종,

이제는 제야 한밤중에 서른세 번 울리는.

107번을 묵은해에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새해에 치는 거라고도 하던가요.

12개월과 24절기, 그리고 72후(候)의 숫자를 합쳐도 108이네요.

33은 조선시대 통행금지를 해제하고 사대문을 열 때

서른세 번 종을 치던 파루에서 왔다 합니다.

시초는 불가(佛家)의 삼십삼천.

우리도 그것처럼 평화가 현세에서 가장 먼 33천, 도리천까지 울려 퍼지라고

크게 크게 종을 쳤더랍니다,

2013년 계사년을 열며 새해맞이 예(禮)를 그리 치렀습니다.

그리고 눈썹이 하얗게 샐까 하여

불가에서 밤새 노닐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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