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낳았지 싶은 달걀을 꺼내오는데
벌써 꽁꽁 얼어 껍질이 터져 금 가 있습니다.
본관 보일러가 터지고,
뒤란 분배기 쪽 터진 부분을 수습하고,
불과 씨름하느라 새벽 5시에 잠시 잠자리에 들기 사흘,
계자가 내일로 닥쳤습니다.
산골에서 살아내는 일이 어찌 이리 외줄타기 같은지.
흐흐흐흐흐흐,
이 밤, 교실이 따숩기 시작합니다.
호되게도 얼었던 모양입니다.
두 대의 석유난로가 가장 높은 온도로 밤낮으로 돌고
뒤란 화목보일러 아궁이에 낮밤 없이 장작이 들어가서야
성난 마음 풀 듯 온기가 돕니다.
토라져 돌아서지 않는 마지막 마음처럼
두 칸 교실 가운데 끝 방 절반이 풀리지 않더니
비로소 이 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데워지고 있습니다.
만세!
그나저나 계자 앞둔 사흘,
그렇게 온통 불과 씨름하며 보내고 나니
마음도 몸도 바쁘기 몹시 더합니다.
미리모임은 7시이나 샘들은 낮 버스를 타고들 들어왔더랬습니다.
청소도 하고 이곳저곳 이 불편한 겨울살림의 구석구석을
그렇게 손발로 채웠지요.
먼저 들어온 6학년 자누까지 한몫을 했더랍니다.
샘들이 열일곱입니다, 넷의 새끼일꾼 포함,
초등 특수학급 교사인 역전노장의 물꼬 17년차 아리샘부터
초등 3년에 시작한 물꼬 인연을 군대를 다녀온 지금까지 잇고 있는 기표샘.
물꼬 7년차인 성실한 품앗이 희중샘,
교원대의 썩 괜찮은 예비교사 정환샘 화목샘 태환샘을 비롯
첫걸음 하는 승혁샘 혜라샘 소민샘,
지난 해 빈들모임을 시작으로 청소년계자를 하고 처음 품앗이가 된 은희샘,
밥바라지 3년차 인교샘,
그리고 물꼬의 빛나는 새끼일꾼들인
초등 3년에서 어떤 어른들보다 훌륭한 새끼일꾼의 전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경이 형님과
성재 형님, 해온 형님, 하다 형님,
그리고 물과 불을 관장할 소사아저씨.
(아, 정환샘이 밥바라지 도움꾼을 자원했습니다요.)
무엇이 있어 이네는 늘 이렇게 이 험한 산골로 찾아드는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통한 자기 들여다보기 혹은 소개를 시작으로
계자 일정을 공유하고,
각자 움직임을 나누고 정하였습니다.
먼저 이곳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큰 조언이 되었지요.
좀 더 이곳에서 건강한 문화를 만들며 살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
가령 전화 치우기, 물 덜 쓰기, 샴푸 안 쓰기, 화장 안 하기 같은 것들이
“금지언어가 아니라 ‘제안’입니다.”
라는 아리샘의 말처럼
무조건 안 돼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익숙하게 쓰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한번쯤 되짚어보는 계기 갖기도 이어졌습니다.
이 시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세상에 대한 불안과 좌절들이 있습니다.
하기야 언제는 젊음이 그렇지 않았던가요.
요 얼마동안은 대선의 결과로 참담해하는 이들도 적잖았지요.
어느 시대나 그랬을지라도
88만원 세대라는 정의처럼 유다른 이 시대,
이곳에 오는 이들이라고 그 젊음과 그리 다르겠는지요.
그러나 세상이 어쩐다 어쩐다 해도
곳곳에서 만드는 이런 선한 기운들이
세상을 분명 낫게 하리라, 살만해 지리라 합니다.
바로 그거 하자고 우리 모였음을 역설!
마음을 다지고 우리는 내일로 갑니다.
샘들은 늦도록 아이들 맞을 계자 마지막 채비들을 했고,
교무실에서는 희중샘이 글집을,
뒤란 보일러실에선 기표샘이 장작을 밤새 넣고 있습니다.
아, 드디어 아이들이 오는군요.
참말 길었던 사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