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따숩더나?”

“뜨거웠어요.”

하하, 불 좀 땠습니다, 밤새.

 

아침 해건지기는 이불을 털고 반듯하게 넣는 걸로 대신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들이 정리에 대해 붙인 새김문이랍니다.

 

아침,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의 ‘밥상머리 공연’.

도영이의 기타와 정환샘의 노래가 있었지요.

“언제 저리 연습들을 한 거야?”

아름다운 아침이었습니다.

게다 화목샘과 승혁샘과 혜라샘의 놀라운 백코러스(백댄스?)라니...

참말 유쾌한 마지막 아침이었더랍니다.

 

반찬통과 빨래를 찾고

가방을 꾸리고 ‘먼지풀풀’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왔을 때 누군가가 해준 맞이 준비처럼

이곳을 쓸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마음을 내고 움직이기,

청소하는 마음가짐입니다.

 

갈무리글을 쓰고 복도 끝에서 하는 ‘마친보람’.

아이들 하나하나 지난 시간들과 함께 글집을 안고 옵니다.

애썼다, 고맙다, 어떻더라, 또 보자, 그런 인사들을 건네고

샘들이 만든 환호대들 지나면 축제가 끝에 이릅니다.

가마솥방에서는 점심 밥상에

마지막 끼니를 여느 때의 자장밥에서 참치김치찌개로 바꿔보았지요.

 

아이들이 학교를 떠납니다,

영동역에서 다시 한 번 얼굴을 보고

혹여 빠진 물건들을 찾는 ‘물꼬장터’가 끝나야 비로소 헤어질 것이지만.

빛나는 일곱 살 태은 예은 종근,

일곱 살은 그런 수식어야 달려야만 하는 나이.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들어가면 그 빛을 잃노니.

학교 탓인지, 나이 탓인지.

 

윤기의 형을 압니다.

형만한 아우 없다더니 아닙니다.

아우가 훨씬 훨씬 낫습니다.(형은 안 보는 걸로!)

오늘만 해도 감동스런 한 순간을 만들어준 윤기.

갈무리 글을 쓰고 확인 받으러 와서 자꾸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길래 물었지요.

“화장실 가고 싶어?”

“아니요. 종근이 글씨 쓰는 거 도와줘야 해서...”

마친보람 할 적에도 큰 희정이 글집을 잃어버렸다 찾아다니는데,

“희정이 누나 내가 봤어.”

글집을 찾아다 주었습니다.

말만 해주는 아이들도 흔한데 말이지요.

마음 쓰는 게 얼마나 예쁜지.

아, 저 아이의 부모는 또 어떤 이이실지요.

언젠가 물꼬에 걸음 한 적이 있으셨는데,

안타깝게도 얼굴을 보지 못했더랍니다.

 

그런 아이 또 있습니다, 우리 현진이.

때건지기는 가마솥방 만으로 자리가 모자라

방에 상을 깔고 먹는데,

문을 몇 개 열고 복도를 좀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진, 비빔밥을 먹던 날 고추장이 모자라자

제가 다녀온다 합디다.

그 아이 늘 그렇습니다.

꼭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성품입니다.

누구나 귀찮은 법이지요.

그런데 마음을 내는 일이 익숙한 아이.

그로부터 늘 배웁니다.

그래서 마음이 환해지게 하는 아이.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눈에 보인 아이만 그렇겠는지요.

우리 어른들보다 낫습니다.

그들이 이 세상을 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살만한 세상인 겝니다.

 

정 많고 집안의 장녀 노릇이 배인 작은 희정이는

여기서 그 무게를 잘 밀어놓고 좀 가볍게 지냈고,

자유로운 영혼 정원이는 여전히 그 영혼 다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진지하고 성실했던 유진,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던 진이,

날선 마음이 순순해져가던 초아,

마음을 잘 부려놓고 가며 새끼일꾼으로 오마던 큰 희정,

씩씩하게 잘 크고 있는 혜준이,

마음이 한발씩 단단해져가는 성빈이,

긍정성이 나날이 확대되어 돌아보게 하던 은정이,

오래 사겨봐야 아는, 활달함이 양파껍질처럼 나오던 주엽이,

주체할 수 없는 흥의 우열이,

마음 드러내는 게 보다 세련돼가던 정인이,

같은 자식을 키워도 어떤 녀석은 저리 반듯한가 싶은 자누,

새끼일꾼으로 자신을 잘 닦아가는 도영과 해찬,

천지를 모르는, 그래서 무엇이나 한껏 표현하며 기발한 건호,

물꼬를 떠나 서울에 가면 마음이 탁 막힌다는,

그래서 한껏 자신을 풀어내던 윤호.

누구보다

안으로 들어오는 않았던 태희의 단체활동 입성 성공기는

정말 감동 자체였지요.

 

이곳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면서 또 와서 움직인 태환샘, 화목샘,

거기다 밥바라지까지, 그것도 도움꾼이 아닌 중심이었던 정환샘,

소리 없이 제 몫을 신실하게 해내며 중심을 잡아준 소민샘,

자신의 자리를 잘 알고 자연스레 유치반을 개설한 혜라샘,

따뜻하고 바지런했던 승혁샘(희중샘의 칭찬이 얼마나 마르지 않던지),

무어라 무어라 말이 필요 없는, 오래 물꼬의 큰 버팀목 구실을 온전히 하는 희중샘,

불을 맡았던 소사아저씨와 기표샘,

“품앗이일꾼 다 찼는데 무슨 빽으로 온 거야?”

“이거 왜 이래요. 나 전화 받고 온 사람이야.”

예, 듬직한 기표샘이 있어야 해서 그리 불려왔고,

또 기꺼이 와서 학생주임 역할까지 맡아주었더랍니다.

“아리샘, 아무 일 안 해도 된다. 있기만 해라.”

혹독한 추위 앞에 그저 그이가 와서 자리만 지키고 있어도 힘이겠기에

마지막 이틀을 못하고 떠나지만 굳이 달려오게 했던 아리샘.

그것도 연수 끝내고 집에 들리지도 못하고 왔던 그였지요.

그리고 짱짱한 밥바라지 인교샘,

그의 넘치는 힘은 계자 전체에 기운을 더하고 또 더했습니다.

 

그리고 ‘물꼬 영광의 이름 새끼일꾼’ 해온 성재 경이 하다,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로,

부족한 샘들 손을 메우는 자리로,

아이들의 힘을 빼주는 일로,

일정의 앞뒤를 잇는 매개자로 온 힘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있잖아, 고래방에서 우리 나올 때만 정리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고래방 쓰기 전에도 먼저 가서 쓸어주는 거다! 징그럽지?)

그 나이에 그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요...

그들의 성장사가 궁금합니다.

오래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안팎으로 마음 써주시는 어른들이 많았습니다.

빨래를 위해 새 세탁기를 보내온 계자 부모이자 논두렁인 이상찬 선배님부터

새끼일꾼들 부모님들,

밤참거리를 챙겨 보내오시고

물꼬 살림을 살펴 후원금을 보내주시고

교사 갈무리모임에 쓰라 살펴도 주셨습니다.

날씨를 걱정해주시는 논두렁님들,

마음 보탰을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들...

 

백쉰네 차례를 치른 계자입니다.

그 많은 계자를 해도 계자마다 그 색이 다 다릅니다.

그러니 질리지 않고 또 계자를 하는 게구요.

각 계자들은 그 계자를 대표하는 풍경들이 꼭 있습니다.

154 계자는,

옥상에 만들려 했던 눈마을 프로젝트의 시도,

따쉈던 복도,

두 방송사의 카메라와 새로운 눈썰매장,

반복되어도 질리지 않는 첫눈 같은 언 저수지 풍광,

연극 ‘하다공주’,

정환샘의 밥바라지 성공기,

복도 뜀틀,

바람에 날리는 룽따와 솟대,

콜록거리긴 해도 몸져누운 아이도 다친 아이도 없던 계자...

 

모다 애쓰셨습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다음 계자까지 안녕.

아, 빈들모임에서도 위탁교육에서도 그리고 실타래학교에서도 볼 수 있겠지요.

실타래학교? 그것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희중샘이 하루를 더 남아 뒷정리를 도웁니다.

남은 사내 아이들 윤호 건호 성빈 하다와 함께 목욕탕을 다녀오고,

남은 혜준이와 옥영경은 다시 일주일을 살 장을 보고 돌아오지요.

“일단 내일은 늦게까지 자기!”

그리고 계자 후속 일들이 이어질 테지요.

하 참,

그동안 계자를 세 차례 네 차례 내리 했을 땐 어찌 다 했더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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