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달날 비 오락가락

조회 수 1316 추천 수 0 2004.09.21 23:04:00

< 점수도 있는 학교? >

밤 11시 30분,
마을에 나갔다가 이제 돌아왔습니다.
나가 있는 동안 자는 아이들 곁에 다른 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애새끼들 팽개쳐놓고 빚얻으러 발을 동동거리며 다니는 가난한 엄마마냥
누운 아이들 보며 마음이 싸아 했지요.
아이들집을 지을 계획 때문에
마을 어르신들과 해결해야할 문제도 있고 해서
저녁도 밀어놓고 나가거나
아이들 한데모임이 끝나자마자 뻔질나게 좇아나가며
일을 다듬고 있는 요즘이랍니다.

저 모르게 낮에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던 일들은
아이들 작업물로, 혹은 아이들 말로 넘어오는데
어제부터 아이들이 그린 그림에
숫자가 적혀있습디다.
으음, 좋구나,
선이 많이 좋아졌네,
여긴 마무리를 좀 더 해야겠다,
애썼구나,
제가 하는 말이래야 이만큼인데,
도대체 저 숫자들은 뭣일까요?
“점수예요,”
어느 샘이 매겨주기라도 한 걸까요?
“우리가 한 거예요.”
그림을 펴놓고 그 그림에 관심있는 누군가가 1-10점까지 점수를 주면
앞에서부터 더해 나가 종합점수도 낸답니다.
별 게 다 놀이입니다,
점수라곤 없는 이곳이니...

흘목에서 대해리로 들어오는 들머리를 조금 지나쳐 오다보면
새로 지은 집 하나 왼편에 있습니다.
어른들 밑에 오래 살며 수년동안 새 집을 꿈꾸던 준이네가
마침내 지어낸 집이라지요.
지난 몇 해 마을 이장일을 보는 동안
물꼬의 잡다한 일들을 많이도 도와주셨던 어른이십니다.
늘 가는 것보다 오는 게 더 많은.
오늘도 지나치는데 부르시길래 내리니
표고를 한 포대 실어주십니다.
애들이랑 먹으래요.
늘 우리더러 돈도 안받고 뭘 먹고 사느냐 걱정많으시거든요.
우리들 이리 산답니다,
우리가 못하면 넘들이 거두어서 나눠주신다지요.

생태공동체운동센터(대표 황대권)에서
<한국 공동체 운동 총람 >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답니다.
공동체 크기로 보면야 입에 올릴 것도 아니지만
학교며 그 준비로 보자면 물꼬의 세월이 짧은 것도 아니어서
서류가 왔더라지요.
사는 일이 언제나 코가 석자라 손도 못대고 있다
(3주에 걸친 계자 대일정이 있었던 한여름이었지요.)
그래도 이참에 우리도 스스로를 재어볼 수 있겠다 싶어
성실하게 질문들에 답을 달고 있었던 지난 두어 주였습니다.
이 산골 컴퓨터와 인터넷은 중요한 일마다 말썽이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흘을 보내는데 실패해서
드디어는 읍내 피시방에 가서야 겨우 파일을 보냈네요.
지금 우리가 선 곳을 잘 따질 기회 되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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