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7.해날. 흐림

조회 수 980 추천 수 0 2013.02.05 01:17:23

 

 

정호승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이고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

오늘 내내 입에 머금고 있었습니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사람 하나 보냈습니다.

어린 상주로 맘 아리기 더했습니다.

고인 덕에 오래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떠나는 이의 마지막 그늘이겠다 싶더이다.

이틀 만에 다시 오른 서울길이지요.

일산 백병원 장례식장.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말아달라며 울기만 하던 아이가

오늘 물꼬 옥샘한테 전화를 해달라 했다 합니다.

물꼬 인연이 십년을 넘어 되지요.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소식 주어 고맙습니다.

어미 없이 아비도 떨어져 지냈는데,

그 아비 세상 버렸습니다.

그래도 온기 가득한 어른들로 둘러싸여

빈소 또한 다사롭더이다.

고맙고 또 고마울 일이었지요.

여행을 갔던 서현샘이 통영에서 올라오고 있었고

아리샘과 희중샘과 새끼일꾼 수현과 류옥하다가 함께 했습니다.

내일 중국 간다던 대구의 윤지가 그래도 같이 걸음하려 애썼으나

결국 차편이 적절치 않았네요.

 

눈앞에 형제의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걸 보면서도,

자식을 앞세우고도,

때가 되어 곡기를 넣고 있으면

사는 일이 참 징허다 싶지요.

자식이 쓰러져도 어미를 잃어도

우린 밥을 하고 밥을 먹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밥 한소끔 했지요.

산자의 일이 그런 것일 터.

언젠가 벗이 보낸 글월 하나,

“시간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사실로 신속히 확인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예, 누군가 떠나고 또 누군가 오며 세상이 흘러가고

우리는 그렇게 끝 날에 이를 것입니다.

다만 살 일입니다, 지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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