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흙날. 맑음

조회 수 883 추천 수 0 2013.02.12 04:07:05

 

 

저녁, 다시 떨어지는 기온이지만

낮은 제법 볕이 도타웠습니다.

남도의 한 섬에 있는 벗에게선

수선화가 새순 내밀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어제 봄비처럼 내린 비로

달골 오르는 길의 눈은 다 녹아내렸지요.

그 비 아니었으면 한참을 얼어붙어있을 길입니다.

소사아저씨, 총총거리며 마을로 나갔다가

달골까지 가서 한 바퀴 돌아보고 오셨네요.

눈이 다 녹았더랍니다.

아예 사택 된장집과 고추장집에 자리를 튼 올 겨울입니다.

불을 때는 간장집은 교장 사택이긴 하나 외풍이 심해

이 겨울은 통 들어가질 못했지요.

겨울은 집중적으로 모여 지내는 게 맞지 합니다.

논문 하나를 제출하고 와서 완전히 퍼져버린(?) 기락샘도

된장집으로 든 밤.

 

이제야 자원봉사자들 확인서 챙기고,

지난 여름 것을 이제 신청한 이들 서류도 보내고,

양양 팔현구들의 무운샘,

새 봄 물꼬 집 짓는 일로 지난번 측량한 성과도 보내라 재촉하셨는데,

오늘내일 보내자기 여러 날,

오늘은 챙긴다고 챙겼는데 이번엔 스캐너가 말을 안 듣는다는 아이의 전갈.

더는 늦지 않게 달날엔 꼭 챙기기!

 

‘무식한 울어머니’, 아이 옷 하나 사 입히라 큰돈을 보내셨습니다.

에고, 애 옷 하나도 못 사 입힌다는 잔소리 대신

그렇게 또 당신이 뭘 하신단 말이지요.

당신은 생전 뭐라고 말하시는(나무라는) 법이 없습니다,

뭐 딸(년?)에게 해준 게 없다, 그런 마음도 크시다지만.

어떻게, 드는 마음을 말로 하지 않고 누를 수가 있으려나요.

저는 자식한테 그리 못합니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못하는 즉자적인 모든 반응을

바로 아들한테 다하고 삽니다.

자식이랑 맨날 싸운다는 학부모한테

어찌 해봐라 조언도 하고 때로 양쪽이 지닌 문제를 해결도 하지만,

저도 그러고 삽니다.

자식이 미워죽겠다는 부모를 꾸짖기도 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제 마음도 다르지 않기 일쑤랍니다.

“나도 이러고 산다,

 그러니 당신도 괜찮다.”

자식 때문에 절망하는 상대를 위해 자주 하는 말이지만

그건 위로이기 이전 또한 사실이기도 하단 말이지요.

제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부모님은 왜 아니 그렇냐 말이지요.

얼마나 살아야 우리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처럼 일 수가 있을까요...

아니, 살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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