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비는 진눈깨비가 되고 어둑해지자 눈으로 변했습니다.

언다고 틀어놓았던 수돗물들을 한동안 푹해서 잠갔다가

어제부터 다시 열었지요; 바깥수도, 간장집, 고추장집, 된장집.

모질게 내몰던 겨울은

널부러지기 전까지 사람들을 죽겠다고 내몹니다.

잠시 살만하게 하더니 다시 제 길을 가는 겨울.

눈, 눈...

산행을 하던 누구인가는

눈 때문에 나무 넘어간다고 어린 나뭇가지의 눈을 털었습니다.

 

양양에서 무운샘이 노구를 끌고 오셨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시는 황간으로

대전에서 부랴부랴 달렸지요.

요새 다시 침을 좀 맞으러 다닙니다, 어깨 때문에,

아직 오십견까지는 아니고.

너무 많이 썼고 다치기도 했고 겨울을 나느라 잔뜩 움츠리기도 하여

통증 심해 자가치료에 한계가 왔던 게지요.

뫼시고 들어옵니다.

 

달골에 지을 봉토식 한옥집, 그러니까 토굴집 ‘삼선실’

(무운샘이 그리 이름 주셨습니다).

이 너른 집에 살아도 변변히 발 뻗고 편히 제 지낼 방 한 칸 없음이 안타깝다시며

나이 들어 힘 빠지기 전 꼭 집 한 채 지어 주마신 약속이었더랬습니다.

오래 마음에 품으셨던 뜻을 드디어 옮기게 되신 게지요.

집짓는 일정은 4월 10일부터 6월 10일까지 두 달.

그 기간은 동시에 무운샘이 집짓기 교육을 하시는 일정이기도 합니다.

달골 전체 토목은 그 뒤로, 혹은 그 앞으로.

교육과정에서 미처 끝나지 않은 부분은

무운샘이 남아 마무리를 해주시기로 합니다.

물꼬는 밥과 잠자리를 내고 집을 얻고,

무운샘은 집짓기 교육을 하고 집을 물꼬에 주십니다,

교육생들은 당연 집짓기를 익히고.

3월 20일부터 틈틈이 재료 구하러 다니자시지요.

그러니 봄 학기의 대부분은 집짓기에 쓰일 것입니다.

크기, 구조, 난방, 창호, 토목 범위,

우선 큰 줄기만 잡습니다.

내일은 달골 전체 지면 수위를 잡을 것이지요.

훗날 학교 건물과 운동장의 수위가 될 겝니다.

인부들의 밥과 참을 어떤 구조로 할 것인가,

그 사이 있는 구들연구소 일정 둘을 여기서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물꼬의 빈들모임 일정과 다른 일정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서로 그림을 그려봅니다.

“집짓는 현장의 방문객은 일체 받지 않기로 합니다!”

현장은 자원봉사 없이

선생님과 집짓기 교육생들만 드나드는 걸로 못 박으셨습니다.

 

어깨앓이는

겨울을 나며 심해집니다.

웃음을 전도하던 나이든 유명 강사가

몇 해 전 남편과 자살을 선택한 일이 있었습니다,

병으로 온 아픔이 그 까닭이었지요.

육신의 고통이 어땠을까 싶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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