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 날리고
잠시 마을에 나가 눈을 좀 치우고 들어옵니다.
아침을 먹고 무운샘 앞세우고 식구들이 달골에 올랐습니다.
밤새 내린 눈이 마을을 덮고 산을 덮고
다시 그 위로 싸락눈 내렸지요.
올라가며 쌓인 눈 위로 길을 내었습니다.
그리하면 녹기도 쉬울 터.
눈발 날리는 달골에서 투명관에 물을 넣고 들고 다니며
달골 마당 수위를 잡았습니다.
수평잡기!
훗날 운동장이 될 곳을 기준으로 ‘삼선실’도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전체 마당 선을 잡은 뒤
집 지을 곳을 정하고 말뚝을 박았지요.
다음 한 달여는 건축사무소가 할 일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눈 멎었으나 흐린 하늘,
가벼운 점심을 먹고 어둔 하늘에 무운샘 떠나십니다.
황간역에서 대전행 버스,
대전에서 다시 강릉, 강릉에서 양양,
양양에서 다시 답리까지 들어가셔야 합니다.
눈은 그쳤으나, 대관령을 넘어 가실 것이지요.
이런! 나이 드신 분 그 먼 길 가시는데
서둘러 따순 밥 차렸어야 했을 걸...
자주 서툴고 자주 마음 시리답니다.
황간에서 들어오는 길,
면소재지에서 대해리로 오자면
꼭 절반되는 지점에 가장 위험한 구비길이 있습니다.
봄이 와도 얼음이 녹지 않는 길.
그곳을 관통하며 아주 천천히 올라오는데,
“앗, 아, 아악, 아...”
차가 미끌 하며 돕니다.
가드레일을 박을 각오를 하나
낭떠러지 아래로 튕겨나갈 게 더 걱정입니다.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으며 왼편 길 끝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틀고
다시 왼편으로 그리고 다시 오른편,
아아아아아아아, 계곡 낭떠러지 앞,
아, 그 끝에서 멈춘 차.
다행히 뒤엔 오는 차가 없었습니다.
그때 저 앞 굽이를 돌아 내려오는 버스.
버스가 지나고, 천천히 차를 돌려 오던 길로 진행합니다.
그야말로 큰일 날 뻔했네요.
오후에는 건축사무소에서 두 분이 다녀가십니다.
달골 햇발동 때도 애를 쓰셨던 건축사이시지요.
그런데, 어찌 그리 산 넘어 산 인가요, 사는 일은.
농지전용, 산지전용, 개발허가, 건축신고 관련
여러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또 두어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네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 이 산은 또 어이 넘어가려나요.
다른 산을 찾아야 하는 걸까요?
우선 무운샘과 의논도 좀 하고
다음 걸음을 재보야지요...
사람들이 묻습니다,
지난 가을 달골 보수공사는 마무리가 되었느냐고.
하하, 아직 씨름해야 할 일들 남아있습니다요.
봄을 기다리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