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눈이 녹으며 물바다를 이룬 학교 마당으로 옵니다.
아이랑 소사아저씨는
며칠을 마당 패인 곳에 연탄재를 깔고 있습니다.
어제 조계사에서의 출판기념회를 끝내고
한 사흘 서울에 더 있게 되었습니다,
달날 작은 좌담회도 있고, 그리 머물게 되니 사람도 또 만나기로 하고.
오늘은 선배 하나랑 대학로에서 뮤지컬 <심야식당>을 봅니다.
만화로 그리고 드라마로 나와 사람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던 작품.
가끔 책과 영화를 같이 나누는 벗이
언젠가 이 드라마를 챙겨 보라 권했던.
먹는 것이 주는 위로가 있지요.
음식에 얽힌 추억들이 있습니다.
라면과 외할아버지, 굴젓과 할머니, 뭐 그런 조합들이 있는 게지요.
물꼬의 쉼터로서의 기능도
그런 비스무레한 것들이란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뮤지컬로서의 아쉬움이 적잖았지만
원작의 온기는 그대로 잘 전하고 있었네요.
북촌에서 차 마시고
계동 가서 곡주 들었지요.
그리고 한 사람의 흘러온 삶을 듣습니다.
그 나이에 이르도록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요.
누구인들 곡진한 사연 없을라구요.
없더라도 누구 생인들 수월하였을까 말입니다.
누구나 겪는 것이라 하여 그것이 고달픔의 강도가 옅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다 같아도 고통은 고통이지요.
다들 사니라 욕봅니다.
그게 생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