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18.달날. 우수, 흐림

조회 수 968 추천 수 0 2013.03.04 22:44:29

 

 

식구들은 패인 학교 마당을 메운 종일이었답니다.

닭장도 봄맞이를 했지요.

알둥지 둘레 닭똥을 치우고 볏짚과 왕겨를 다시 깔아주고

닭장 마당 한 쪽에 닭똥을 모아 거름 만들기를 준비합니다, 이틀째.

 

남도에서 새 이불이 네 채나 왔습니다.

“내가 덮어보니까 억수로 따신기라. 너무너무 따시더라.”

이 추운 겨울 어찌 났냐고,

산골짝은 아직 여전히 혹독하리라며

소사아저씨 것까지 챙겨 보내온 집안 어른입니다.

이 나이에도 아직 집 그늘에 삽니다요.

 

좌담이 있었습니다; 이 시대, 교육에서 부모는 무엇을 할 것인가.

교육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배움을 통한 즐거움이라는 모두의 동의에서

이야기가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학벌주의가 장악한 교육환경은 병통과 폐단.

교육의 격차는 교육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경제와 복지, 문화를 아우르는 수많은 원인들이 얽혀있기 때문이지요,

모든 사회적 사안이 그러하듯.

교육을 말하자니 우리를 둘러싼 경제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고,

그러자니 자연스레 이야기는 경제민주화에 이르렀습니다.

대권을 향하던 두 대표 주자의 ‘경제민주화’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건 맞을까요.

‘애국’이 말하는 자에 따라 다르듯 역시 내용은 달랐던 게 아닐지요.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상생을 위한 대기업규제일 것입니다.

대기업 밀어주기 정책으로는 일자리 창출 안 되고,

설혹 경제가 성장한다 해도

그 성과물이 저소득이나 자영업자,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그런데 다른 편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줄푸세로 일컬어지는 것으로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를 세우면 경제위기가 극복된다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들의 논리입니다, 신자유주의랑 다르지 않은.)

당연히 오늘의 이야기는 앞의 경제민주화.

그런데, 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것도 움직이지 않는 속에,

다시 말하면 시스템의 변화가 없을 때

그러니까 그 철벽 앞에(그 철벽을 무너뜨릴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담쟁이덩굴이 되어 그 벽을 기어오르고 말 것인가,

이 시대에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자리였지요.

그대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물꼬 후원회원인 논두렁 한 분을 모시고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고흐전’에 갑니다.

2007년이던가요, 회고전에 이어진 전시회입니다.

3부작이지요. ‘반고흐 in 파리’.

몇 해 뒤에 있을 마지막 전시도 기다려집니다.

작업의 변화와 발전과정도 재밌었지만

작품의 재료는, 작품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작품 밑에는 뭐가 있지, 색은, 그린 시기는,

작품의 지붕은 어디야, 인물은 누구지, 장소는 어디야,

이런 재밌는 질문들이 함께 해서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데요.

1887년 르픽가 54번지에서 그린 고흐의 그림과

2001년에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나란히 걸렸던 벽은

특히 오래 마음에 머뭅디다.

세월의 간극이 얼마인데 그 건물이 지금도 서 있는 거지요.

우리 가족이 시카고 하이드파크에 살았던 아파트도

100년 넘어 된 거였더랬지요.

오스트레일리아의 애쉬필드에 살던 때 주말이면 가던 마을 공원에는

팔백년이 넘어 된 나무가 주루루룩 서 있었습니다.

전쟁을 타지 않았던 땅에 건물이고 자연이고 고스란히 그리 남은 세월을 보고 있노라면

참말 이 땅의 짠한 역사가 설움으로 오고는 하다지요.

어르신이 도록도 사 주셨고 연필도 사주셨습니다.

늘 어르신들 그늘로 삽니다. 고맙습니다.

 

내일은 달골에 지을 봉토식 한옥집 ‘삼선실’의

건축허가 과정을 밟기 시작할 것입니다.

봄학기에 있을 집짓기 교육 말입니다.

건축사랑 읍내에서 보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일은 한 발 한 발 봄으로 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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