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하는 농협모임 있어

오랜만에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종일 곡주 끼고 한가한 하루입니다.

소사아저씨도 거기 계셨지요.

 

낼모레 정월대보름.

집에 없는 나물이며 챙긴다고 장에 나갑니다.

고사리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약밥을 팥물에 하리라(고숩거든요)고 팥도 보니 값이 엄청납니다.

못 샀지요.

두어 가지에 집에 있는 것들로 아쉬운 나물밥을 하리라,

밤과 땅콩 정도만 담아 나왔습니다.

그나마 호두와 은행 있어 고마운 살림입니다.

 

숨 가쁜 하루였습니다.

신문에 기사도 뜨기 전에 통신사에 있는 선배가 전화를 해오고

시절이 수상하니 조용히(?) 있는 게 좋겠다 뭐 그런 당부가 있었네요.

전교조 이적단체 지목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한 지부 소속 분과 위원 몇이 국보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선배는 그 지부에서 준비한 강연에서 제가 특강을 했던 걸 전해 들었더란 말이지요.

이어, 그 지부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제자 같은 후배가

답체 또 연락이 안 되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속이 탄 종일이었네요.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국보법 위반이야 있었지만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된 이적단체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는 게 검찰 주장.

‘성인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왜곡된 사상을 주입하는 등 위험성이 매우 높다’

했다 합니다.

문제는 ‘시절이 그렇다’는 겁니다.

대선 끝난 바로 다음날, 여러 날이 지나서도 아니고 바로 이튿날 바로,

반 여당 인터넷방송 하나를 덮쳤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 몰랐던 게지요.

그리고 오늘 이런 소식이 들어왔던 것입니다.

그 조합원들은 여러 분과 가운데 하나인 통일분과 구성원들이었고,

그들이 방북했던 때는 해빙의 분위기에서 교총도 함께 갔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왜곡 될 수가 있는 겁니다.

하기야 우리는 지난 5년이 그러했듯 더한 5년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불과 며칠 전 벌어진 또 하나의 일을 보자구요.

대재벌과 검사 사이의 검은 커넥션을 국민에게 알리려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관련 검사들의 이름을 올린 것이 사단이 되어

한 국회의원이 쫓겨났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사무적으로 적용한 결과인지,

아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편을 들기 위해 이 법을 이용한 것인지는 잘 모를 일이지만,

혐의자의 실명을 거론해서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권력의 불의를 감시하라고 선출된 국회의원의 의무마저도

혐의자의 실정법적 권리 앞에서 무력화되어버렸습니다.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을 떠올립니다.

이럴 때 사회 구성원들의 저항은 의무이자 동시에 권리라 했습니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하며,

그래서 우리는 법을 존중하기보다는 먼저 정의를 존중해야만 한다, 했습니다.

불의를 고발했던 국회의원 한 사람은 실정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에서 쫓겨났고,

오늘 아이들을 잘 가르치겠다고 부지런했던 교사 몇은 갇혔습니다.

이것이 지금 내가 사는 나라입니다.

두렵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더 이런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인지.

그렇더라도 뭔가를 하고, 또 살아나가겠지만...

전교조는 낼모레 유성에서 대의원대회가 있다 했습니다.

어떤 결의들을 내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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