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가지치기.

봄 들일이 곳곳에서 그리 시작되고 있습니다.

 

날은 어찌 이리 늘 고마운 것이냐,

비 오면 오는 대로 눈 내리면 눈 내리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눈 쏟아지고 아이들 들어오니 하늘이 눈 거두던 어제였지요.

그리고 맑고 푹한 이틀.

밤도 마당에서 불 피우고 놀기 좋은 지난밤이었네요.

 

해건지기.

들어서는 발이 주춤하지 않게

소사아저씨가 일찍 화목보일러에 불을 지펴주셨습니다.

대배 백배.

고마운 일이지요, 이 아침 이 아름다운 연들이 함께 하는 절.

근데 조금 가쁘게 했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이를 깨우느라,

그리고 서현샘이 물한에서 나오는 버스를 타고 역으로 갈 것이라.

 

국밥은 겨울 아침에 참 좋은 음식입니다.

우리는 거기 색색의 말린 꽃잎을 뿌려먹었습니다,

사실은 어제 비빔밥을 비비며 놓으려 했던 걸 깜빡했던.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들이 그 꽃잎들에 실렸을 테지요.

 

볏가릿대 돌기.

“달두 달두 밝다 / 명달두 밝다 / 남호장 저고리 어화둥 / 백항라 저고리 어화둥”

올 한해의 하루하루가 좀 더 가뿐한 걸음이길 서원합니다.

볏가릿대는 2월 1일 머슴의 날에 내려질 것입니다.

그 하루 실컷 머슴은 푸진 상다리 앞에 거나하게 취한 뒤

다음날부터 종일 밭일 들일을 할 테지요.

빛깔 고운 귀밝이술도 마시고, 부럼도 깨고, 그리고 물꼬를 위한 기원문도 썼지요.

볏가릿대에 매달아 머슴의 날에 볏가릿대를 내리며 태울 것입니다.

 

(* 띄어쓰기며 맞춤법 그대로 옮김)

 

물꼬를 알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

힘들고 지칠 때 그리고 언제나 물꼬를 떠올리며

평화롭게 고요하게 아픔없이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귤을 구워먹는 일을 하게 해준 물꼬야,

너 덕분에 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 니가 좋아.

앞에 소원문에 너보고 변하지 말아달라 했는데

괜찮아, 너 변해도 난 널 끝까지 좋아할 거야.

고마워 사랑해 물꼬. 그냥 이렇게 함께 살아가자.

 

마음과 마음이 만나 열리는 곳, 물꼬.

삶 속에 깊이 들어앉아 두고두고 꺼내보는 물꼬.

언제나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 물꼬.

모두에게 같은 모습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새겨있는 물꼬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평화와 고요의 공간, 동시에 치유의 공간이길.

더욱 많은 이들에게 그 모습으로 다가가길.

 

물꼬.

벌써 내가 물꼬를 알게 된 것도 횟수로 7년째.

얼마 살진 않았지만 내삶 깊숙이 자리잡아 있는 곳, 물꼬.

앞으로 계속 이 모습 이대로 유지하면서 언제나 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모두모두 건강하고, 언제나처럼 밝고 맑은 물꼬이길...

 

물꼬, 이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곳이 나의 소중한 공간이듯이 누군가에게도 소중한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도 물꼬계자를 하면 좋겠습니다.

물꼬가 이대로 쭉-이어져갔으면 좋겠습니다.

 

물꼬는, 또 하나의 집.

그만큼 오랫도록 지켜보면서 올수있으면, 바란다.

여러 좋은 인연도 만들어준 참 고마운 곳이라

영원하길 빈다. 애낀다.

 

大吉

 

2013년

보다 활기찬 물꼬이길

진중하되 한편 유쾌하게!

간절함 간절함으로 한 발 한 발 강건하게 걸어가길, 오직!

 

물꼬에 계신 분들, 물꼬를 다녀간 사람들,

모두 다 행복해지세요

 

물꼬가 더욱 유명해져서

보다 더 넓은 범주의 사람들이 와서 배우고 가는 곳이 되길...

지금보다도 더 많은 발전을 이뤄서 더 좋은 학교가 되길~

 

명갈이 국수와 대보름 지나면 맛없어진다는 호박죽을 부랴부랴 해서

모두 먹고 떠났습니다,

내년 2월에 뜨겁게 보낸 한 해를 같이 돌아보자며.

사랑하는 저 예뿐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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