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흙날. 맑음

조회 수 930 추천 수 0 2013.03.09 05:41:55

 

 

엊저녁부터 다시 기온 좀 떨어졌고,

봄 아직 아니라 합니다.

찬바람도 이네요.

 

방문자를 잘 받지 않습니다.

뭐, 여기도 여기 일상이 있응께요.

손도 없는데 일은 많은 곳이니까요.

그래도 이러저러 다녀들 가게 됩니다.

특히 오랜 인연들의 소개이고 보면 차를 내고는 하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간절하면 어찌 어찌 보게 됩디다.

 

아이 다섯과 어른 여섯이 하루 나들이를 왔습니다.

완전채식을 하는 이들이 도시락을 싸서 한 방문.

물꼬에서 완전채식을 하고 그리하여 완전채식을 하는 아이들을 받아

상설학교를 다시 활성화하면 어떻겠느냐,

오랫동안 있어왔던 요청입니다.

돌과 흙과 나무로 하는 건축을 흔히 생태건축이라 할 때

그저 곁에 있는 재료, 그것이 무너지고 버려진 콘크리트 잔재더라도,

그것이 생태건축이려니 하는 게 물꼬의 생각인 것처럼

채식에 대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일련의 주장들대로 채식에 동의하지만

저만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지만 완전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

굳이 이름을 달자면 자급자족식주의자라고나 할까요.

농사를 짓는 것보다 채취에 가깝고, 뭐 게을러서도 그렇지만,

대량생산 과다육식 같이 과한 게 문제이지

집에서 길러 먹는 것에 동물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내가 못 먹어서 그렇지,

사람이 배고파 먹는 것에야 무엇을 먹는들 어떠냐 하는 쪽이지요.

“우리 집에 닭이 생겼어. 그런데 알을 낳아. 그 알 어떻게 해?”

“안 먹어야지요.”

“그럼, 버려요?”

“누가 가져왔으니 먹고 누가 줬으니 먹고...

그러다보면 다 허용하게 되니...”

하여 원칙이 중요하다합니다.

일리 있습니다.

헌데, 문제가 자신(완전채식주의자)에게로 돌아오면요?

유기농사를 짓지만 완전 유기농은 아니고 농약 쓴다(천연농약이지요) 합니다.

농약을 쓰는 건 뭔가를 죽이는 거지만

나만 먹자고 하는 게 아니라 생활을 꾸리자고 하는 거니

이것만큼은 물러나 받아들인답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여기까지는 되고 저건 안 되고랑 뭐가 다를까요?

누가 누구에게 뭐라 하겠느냐 말입니다.

그냥 자기가 생각하는 선에서 최선을 해보는 겁니다.

자기가 생각한대로 자기 삶 안에서 해보는 겁니다.

그만큼 설득력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지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저는 완전채식주의자들이 대단하고,

그들이 내세우는 영성계급에도 놀랍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영성계를 해석하는 것에는 동의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제게 그것을 적용해

채식밥상이 완전채식으로 갈수록 맑기는 합디다.

근데 저는 그걸 그냥 제 취향으로 볼 뿐입니다.

히말라야 설산 초지라고는 없는 곳에서 수행하는 이가 먹는 고기,

그 환경 안에서 또 최선이 아니겠는지요.

뭐, 이게 제 영성의 한계입니다요.

교육도 그렇다 싶습니다.

제 생각대로 하는 거지, 뭘 그리 옳다고 소리칠 것인가 말입니다.

물꼬 사는 일이 무슨 대단한 교육적 소견으로 이렇게 사는 게 아닙니다.

그냥 하다 보니 이리 왔고, 이런 길로도 갈 수 있는 거지, 하고 갑니다,

‘내’가 더 ‘자연그러운’ 쪽으로, 내 몸이든 내 마음이든.

그렇게 각자들 가보는 거지요.

외부와 만나는 일은 결국 또 한 번 스윽 제(자신의) 언저리를 둘러보게 되는 일!

 

오늘은 얼려두었던 유부를 꺼냅니다.

데쳐서 양념하여 간장졸임한 것은 꼭 짜서 반으로 접어 유부초밥을 하고

데쳐 모서리만 자른 건 역시 꼭 짜서

만두 속을 만들어 넣고 김치로 묶어 전골용으로 마련해둡니다.

그리고 시래기도 푹푹 삶아 거친 껍질을 벗겨냈지요.

아이랑 부엌일하는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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