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13.흙날. 맑음

조회 수 788 추천 수 0 2013.04.25 01:24:28

 

눈 내리고 추웠던 여러 날 뒤 다시 푹하다 하나

여전히 이른 아침 영하 4도인 이곳,

그래도 꽤 따숴져 이불이 두텁다 싶은 밤입니다.

 

아이는, 이제는 제 일을 끝내고 흉물스럽게 서있던 표고나무들을

간장집 뒤란에서 하나하나 옮기기 시작했고,

백합나무 아래 허드렛땅도 정리하여 밭으로 일구었습니다.

소사아저씨도 일을 거들며

남은 표고목을 땔감용으로 쌓기 시작했지요.

 

오후엔 멀지 않은 곳의 한 목장에 있었습니다.

산중 음악회가 있는 날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부엌일을 관장하고 계시고

이러저러 일을 도울 이들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 모이면 먹는 일이 제일 큰일이란 것 누구보다 잘 아는 지라

손 보태기로 했습니다.

수술한 발가락이 아직 불편하지만

신발 신고 오래 걸을 일 아니면 움직이기 그리 힘들 것도 아니어

앞치마 챙겨 나섰지요.

다 물꼬에서 배운 바입니다.

5시부터 세 시간여 음악소리 높았고,

마침 벚꽃 흐드러지고 있었지요, 만개하진 않았으나 그리 표현할 만은 하였지요.

사실 음악회이기보다 노래방에 가까운 분위기였지만

연못을 중심으로 너른 풀밭은

봄밤의 격을 더하기에 족했더랍니다.

많은 이들 먹이기에 고기가 젤로 만만하다 싶데요.

장작불에 걸친 솥단지에 삶아낸 고기가 사람들을 만족하게 했고,

일을 수월하게 하는 것 또 하나 배웠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데친 오징어로 초무침 내고

깍두기 하나에 밥과 국 있으니,

떡 있고 곡주 있고 음료 있으니,

그것으로 잔치음식 다 되데요.

 

돌아오는 길에 얻은 음식들을 광평농장에도 나눕니다.

가까이에 유기농 하는 어르신들을 그리 두고도,

자잘하게 얻는 조언과 도움들 늘 넘치나

참, 사는 일이, 인사 한번이 쉽지가 않습니다.

겨울 지나고 온 전화에 넙죽 인사만 받다가

겨우 걸음 그리 하게 되었네요.

쌓인 이야기들 나누고,

그리고, 보육원 아이들 위탁교육기간에 손 보태러 가겠노라 말씀 넣어두고 옵니다.

낼모레 아이들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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