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달골로 귀환(?)합니다.

넉 달을 아래 사택에서 지냈습니다.

아주 먼 곳을 다녀온 듯합니다.

때로 서울이 이국보다 멀 듯

가끔 서울보다 달골이 더 멀고는 하지요.

 

잠을 설친 간밤입니다.

봄학기 집짓기교육을 결국 물꼬에서 하지 못하고 양양으로 보내놓고,

지난 가으내 씨름한 달골 옹벽공사 업자와 할 재싸움(?)을 앞두고,

이러저러 심란한 속에 위탁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물꼬의 삶은 계속된다,

그렇게 아이들을 만나는 설렘이 젤 큰 까닭이었을 테지요.

예, ‘그리고, 삶은 계속됩니다.’

 

 

오전에는 군에 제출할 사업계획서 하나로,

면에 지난 쇠날까지 내야하는 것이었으나 이곳 사정이 헤아려져

오늘 오전까지 보낼 수 있게 된,

아이를 동원해 완성을 하지요.

도표 하나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결국 파워포인트에서 작업해 옮기고 어쩌고 하는,

그런 일은 애들이 더 잘한답니다.

메일로 주무관에게 보내 일단 검토하고 조율하기로 하지요.

 

소방점검도 있는 날.

물꼬가 하는 일을 나름 도와주어

학교를 쓰는 이들이 해야 할 소방시설 하나를

교육청에서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었지요.

사람들은 그들의 자리에서 이곳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렇게 돕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을 못 한다 어찌 널부러지겠는지요.

 

위탁교육 건으로 들어올 이들이 2시에 당도하기로 하여

점심밥상을 좀 이르게 준비하고 사람들을 맞자 하는데,

긴급하게 이장님이 또 찾습니다.

재활용으로 한바탕 실어나가고 남아있던, 종량제봉투에 넣어야할 쓰레기들을

어느 쯤에 실어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겠다던 이장님,

마침 오늘이 그날이어 실어내자셨지요.

비료포대에 열댓 자루이던 것이

나가자고 하니 이것도 보이고 저것도 보이고

결국 트럭 한 차를 다 채우게 되었고,

다시 차가 와야 하기까지 했지요.

그 고마움에 열일 젖치고 식구들을 그 트럭에 함께 실어 보내

마을회관 쌓인 쓰레기들 치우는 일도 돕게 하였네요.

그 참에 또 눈에 띄는 쓰레기들을 정리 좀 하니 시간 성큼,

아, 늘 모든 일은 이렇게 한꺼번에 오지요...

 

드디어 한 보육원의 위탁교육을 시작합니다.

지난겨울부터 보육원아이들 캠프 건이며로 연대하는 일들에 머리 맞대다가

아이들 위탁부터 성사된 게지요.

한 학기를 부탁해왔으나 여기 사정이 또 여의치 않아

한 달 예정키로 했습니다.

“(아이들이)더 있을 수 있었으면...”

“일단 지내봅시다.”

마침 위탁 끝날 즈음에 맞춰

서울의 한 대안학교 아이들의 며칠 여행이 이곳으로 잡힐 예정이기도 하여

확답을 주지는 못하였네요.

 

저녁수행부터 위탁교육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아침저녁 이렇게 수행하게 될 거야.”

위탁교육 목표 가운데 마음의 근육기르기가 무엇보다 첫째로 꼽히므로.

그리고 달골 오릅니다.

내내 함께 지낼 참이라

손님 맞듯 청소를 해두지 않았(사실, 못한)습니다.

우리 지낼 곳 우리가 같이 치우자,

그렇게 달골 먼지를 털어내는 밤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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